민원인이 쏜 총에 맞아 숨진 공무원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서 발생한 총격 사고로 사망한 민원 담당 공무원 2명의 유족이 제기한 고충민원에 대해 국가보훈부에 재심의를 요청했습니다.
고(故) 손모 씨와 이모 씨는 2018년 8월 21일 소천면사무소에서 민원계장과 민원 담당으로 근무하던 중 민원인 A씨가 쏜 엽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당시 이들은 가슴 부위에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으며, 이후 보훈보상 대상자(재해사망공무원)로 지정됐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이모 씨의 경우 미혼 상태에서 사망해 유족이 보훈보상대상자가 되어도 의료 지원 등 혜택이 거의 없다”며 “공무원으로 헌신하다 희생됐지만 군인이나 경찰처럼 제복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로 인정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청와대와 국민권익위는 유족이 사는 경북 영주시를 직접 찾아 의견을 듣고 관계 기관 자료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민원인 A씨는 사건 이전부터 이웃 주민과의 갈등과 수도 문제 등으로 여러 차례 파출소와 면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했고, 처리 결과에 불만을 품고 1년 동안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는 스스로 “무능한 경찰서장, 군수, 공무원 등 다수를 살해해 억울함을 알리겠다”며 일면식도 없는 공무원들을 표적으로 삼았습니다. 또한 A씨는 집 마당에서 10여 차례 사격 연습을 했고, 이웃 주민이 파출소에 총기 소지 관련 진정을 제기했지만 경찰이 반려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사고 당일 A씨는 이웃 주민에게 먼저 엽총을 발사한 뒤 소천파출소로 갔으나 아무도 없자 면사무소로 이동했습니다. 파출소와 면사무소는 차로 1분 거리에 있고 주변에 초등학교와 보건소 등이 있었지만, 경찰은 대피 경고 방송 등 총기 사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민권익위는 여러 점을 고려해 국가보훈부에 재심의를 요청했습니다. 우선 대민 업무에 종사하는 민원 담당 공무원도 특이민원인의 폭행이나 위협에 노출돼 생명과 신체에 위험이 내재돼 있다는 점, A씨의 행위가 다수 공무원을 대상으로 총기를 사용한 테러로 볼 수 있다는 점, 고인들이 테러로 희생된 만큼 통상적인 업무 중 사망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 군인이나 경찰은 일상 업무 중 총격 사고가 발생해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는 사례가 있어 제복 여부에 따라 예우 수준을 달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는 고인들의 국가유공자 요건 등록 여부를 다시 심의하라고 국가보훈부에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아울러 특이민원인의 폭행, 폭언, 협박, 기물파손 등 위법 행위가 매년 끊이지 않고 극단화되는 점을 고려해, 민원 담당 공무원이 공무 수행과 관련된 보복 범죄나 테러로 희생된 경우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검토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최근 국민권익위와 행정안전부는 반복·특이민원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줄이고 민원 담당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 체제를 전면 개편한 바 있습니다. 국민권익위 한삼석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늦게나마 직무수행 중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공무원의 명예 회복을 위한 길이 열려 다행”이라며 “앞으로 반복·특이민원에 대해 기관이 책임 있게 대응해 민원 담당 공무원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에 힘쓰겠다”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