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전에서 발생한 공장 화재로 14명(안전공업, 3월)과 5명(한화에어로스페이스, 6월)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가 잇따르자 정부가 공장·창고 화재안전의 사각지대를 면밀히 살피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6월 12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공장·창고 화재안전 실태조사 추진계획'에 따라 6월 17일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건축, 소방, 위험물, 산업안전 등 여러 부처가 개별적으로 관리해온 규제를 하나로 묶어 공장·창고의 화재 취약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 고용노동부, 소방청, 지방정부가 협업하며,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안전을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조사 대상은 전국 73만 동의 공장·창고 가운데 연면적 500㎡ 이상인 19만 동이다. 500㎡ 이하 소규모 건축물은 건축법상 내화구조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위험물관리법상 위험물이나 화학물질관리법상 유해화학물질을 보관하는 곳,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고위험사업장(산업재해 이력 등 위험 점수가 높은 업종·규모 단위)도 포함해 촘촘하게 점검할 예정이다.
조사는 다섯 가지 분야로 나뉜다. 첫째, 건축물 불법 구조변경 여부다. 건축도면과 실제 건물을 대조해 불법 증축이나 무단 구조변경이 화재 시 연소 확대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확인한다. 둘째,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패널(복합자재) 설치 여부와 사용된 단열재·마감재료의 난연성능(불에 타는 정도에 따라 난연·준불연·불연으로 구분)을 점검한다. 셋째, 방화문과 자동방화셔터 등 피난·방화시설의 설치 적정성, 비상구 폐쇄 여부, 복도 내 물건 적치 등 근로자 대피를 방해하는 요소를 확인한다. 넷째, 위험물과 유해화학물질이 지정된 장소에서 정해진 수량대로 제조·저장·취급되고 있는지 살핀다. 다섯째, 산업안전 분야에서는 초고위험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작업장 내 가연물 관리, 화재위험작업 안전조치 준수 여부를 점검한다.
조사 체계는 관계부처 합동조사반으로 운영된다. 위험도가 높은 건물은 건축사·소방기술사 등 민간 전문가와 지방정부·소방서·노동청 공무원 3명으로 구성된 '정밀조사반'이 맡고, 일반 건물은 기사급 자격을 갖춘 대졸자나 대학생 등 청년인력과 공무원 1명으로 구성된 '기본조사반'이 담당한다. 구체적인 인력 구성과 점검 대상은 시범조사를 거쳐 확정된다.
우선 6월 17일부터 한 달간 경기도 내 공장 106동(화성 42동, 용인 24동, 평택 22동, 수원 18동)에 대해 집중 시범조사를 실시한다. 추가로 대형 사업장 1곳(200개 이상 공장 보유)도 점검할 계획이다. 시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7월까지 조사 방식과 내용, 인력 구성 등을 확정한 뒤, 올해 9월부터 본조사에 착수한다. 본조사는 화재위험도에 따라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2026년 9~12월)는 위험물을 보관하는 초고위험·고위험 공장 약 4만 동, 2단계(~2027년 6월)는 고위험사업장 등 약 11만 동, 3단계(~2027년 12월)는 그 외 공장 약 4만 동을 조사한다.
실태조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부처별 점검 결과는 공동 플랫폼에 등록·관리하고, 범부처 통합체계로 전환하는 기반을 조성한다. 현장에서 적발된 불법 증축 등 위반사항과 안전 관리 미흡 사항은 즉시 개선 조치하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장·창고 안전관리 제도 전반을 검토해 각 부처별 규제를 종합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이진철 건축정책관은 “최근 공장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인명피해도 있어 화재안전에 대한 국민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국토부, 기후부, 노동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가 함께 대규모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인 만큼 시범조사를 통해 필요한 부분을 면밀히 확인해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