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가 통신 3사 및 유관기관과 함께 폐통신장비의 순환이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폐기지국, 중계기, 서버 등 폐통신장비에 포함된 희토류 등 핵심광물을 국내에서 체계적으로 재활용해 자원안보를 강화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협약식은 6월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으며, 과기정통부 류제명 제2차관과 기후부 금한승 제1차관, SKT·KT·LGU+ 관계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한국환경공단이 참석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에서 배출된 폐통신장비는 약 1만3600톤에 달한다. 이 장비에는 구리, 네오디뮴, 팔라듐, 코발트, 탄탈럼 등 약 1800억원 상당의 핵심광물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생활 폐가전보다 핵심광물 함량이 훨씬 높아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크게 평가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폐통신장비 재활용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핵심원자재법(CRMA)을 통해 희토류 등 전략 광물의 재활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탄소중립 목표 ‘Net Zero 2050’의 일환으로 통신 인프라 자원순환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처럼 해외 주요국과 글로벌 산업계가 자원순환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국내의 폐통신장비 재활용 체계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 국내 폐통신장비는 재활용업체를 통해 해체·선별된 후 재질별로 재활용되고 있지만, 핵심광물을 포함한 일부 폐자원은 국제 시세와 수요에 따라 국내외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고 있다. 문제는 최종 유통경로를 확인하기 어려운 제도적 한계로 인해 귀중한 자원이 해외로 유출되거나 적절히 재활용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에 과기정통부와 기후부, 통신사들은 그간 실무 협의를 거쳐 민관이 긴밀히 협력하는 체계를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번 업무협약의 핵심은 폐통신장비 순환이용체계 구축 시범사업이다. 시범사업은 2026년 6월부터 2027년 6월까지 1년간 진행되며, 주요 내용은 △폐통신장비 종류별 발생 및 처리 흐름 조사 △자원순환 지표 발굴 △재활용 촉진 방안 마련 등이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재활용률 같은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해 통신사업자가 재활용업체를 선정할 때 가점을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2027년부터는 과기정통부와 기후부가 공동으로 신규 사업을 추진한다. 과기정통부는 폐장비 속 핵심광물 분리 자동화 기술 개발과 실증을 지원하고, 기후부는 해체·선별 시설 설치를 지원한다. 두 부처는 공동으로 폐통신장비 순환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핵심광물 전 주기 관리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확보된 데이터와 성과는 2027년 신규 사업(과기정통부 39억원, 기후부 20억원)의 근거로 활용된다.
과기정통부 류제명 제2차관은 “인공지능(AI)과 통신망 발달로 기지국, 서버 등 통신장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희토류 등 핵심광물 함량이 높은 폐통신장비 순환이용의 중요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며 “과기정통부는 기후부, 통신사업자 등과의 민관 협업을 통해 폐통신장비 국내 순환이용 체계를 구축해 자원안보를 강화하고 탄소중립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기후부 금한승 제1차관은 “폐통신장비는 핵심광물 공급망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핵심 폐자원”이라며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통신사업자와 재활용업계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국내 순환이용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통신사업자들은 이번 협약을 통해 폐장비 발생 현황 자료와 유통 정보를 제공하고, 자원순환 지표 발굴과 입찰 조건 개선에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폐통신장비 상세 분류와 핵심광물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맡고, 한국환경공단은 폐기물 처리 실적 검증과 재활용 제품 흐름 조사를 담당한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폐통신장비의 전 주기 처리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고, 입찰 조건 개선을 통해 순환이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핵심광물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