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딸기, 참외, 포도 같은 신선 농산물을 먼 나라까지 선박으로 안전하게 보내는 길이 한층 쉬워질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3일, 품목별 선박 수송 기술과 품질 관리 정보를 한데 모은 '원예작물 시에이(CA) 수출·품질 관리' 프로그램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누리집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CA 기술은 수송 컨테이너 안의 산소 농도를 낮추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해 농산물의 숨쉬기(호흡)를 억제하고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항공 수송에 비해 비용이 훨씬 적게 드는 선박 수출을 늘릴 수 있어, 그동안 항공 수송에 크게 의존해 온 우리 농산물 수출 구조를 바꿀 핵심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그동안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주요 신선 농산물의 CA 수송 조건을 연구하고 현장 실증을 거쳐 환경 조건 30종과 수출 모형 8건을 확립했다. 그 결과, CA 기술을 적용한 수출 품목은 딸기, 참외에서 포도, 멜론, 수박, 고구마 등으로 다양해졌고, 수출국도 일본, 홍콩 등 5개국에서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등 11개국으로 크게 늘었다. 연도별 지원 건수는 2022년 29회에서 2023년 71회, 2024년 188회, 누적으로는 250건을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특히, 참외의 경우 예비 냉장과 포장 기술을 결합한 복합 품질 관리 기술을 적용해 싱가포르로 선박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일반 선박 수송 시 25~40%에 달하던 손실률을 1% 이하로 낮추고, 항공 운송에 비해 물류비를 40~60%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에 공개된 프로그램은 그동안의 연구 성과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수출하려는 품목과 시기, 국가, 예상 수송 기간을 입력하면 해당 작물에 맞는 최적의 온도,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 컨테이너 내 적재 순서, 수출 전후 품질 관리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여러 품목을 하나의 컨테이너에 함께 실을 때, 서로 혼합이 가능한지와 그때의 최적 수송 조건도 알려주도록 설계됐다.
프로그램에는 우선 딸기, 참외, 멜론, 수박, 파프리카, 토마토, 사과, 배, 포도, 복숭아, 감귤, 고구마, 대파, 시금치, 깻잎, 상추, 버섯, 국화 등 20개 품목의 정보가 담겼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누리집(nihhs.go.kr)의 '연구성과'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인터넷 주소창에 'www.nihhs.go.kr/caContainer'를 직접 입력해도 바로 접속이 가능하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프로그램 공개로 수출업체와 생산자 단체가 품목별 선박 수출 조건을 손쉽게 파악하고, 수출 전 품질 관리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혼합 선적이 가능한 품목과 적정 조건을 미리 확인함으로써, 소량 다품목 형태의 국산 농산물 수출 현장에서 CA 기술 활용도를 높이고, 선박 수출 확대를 통해 물류비를 크게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안으로 키위, 블루베리, 마늘, 양파, 무, 배추, 오이, 풋고추, 장미, 수국 등 10개 품목의 정보를 추가하고,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저장유통과 손재용 과장은 “CA 컨테이너 기술은 항공 수송 의존도가 높았던 우리나라 신선 농산물 수출 구조를 선박 수출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실용 기술”이라며 “이번 프로그램이 농산물 수출국 확대와 물류비 절감으로 이어지도록 기술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