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밭의 60% 이상은 경사지에 위치해 있어 장마철 집중호우 때 토양 유실 위험이 크다. 최근에는 강우 강도, 즉 일정 시간 동안 내리는 비의 양이 평년보다 18% 이상 증가하면서 선제적인 토양 보전 기술이 절실한 상황이다.
농촌진흥청은 경사지 밭에서 작물을 재배할 때 이랑 사이에 맥주용 보리를 심으면 빗물에 의한 토양 유실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고령지농업연구소 연구진이 국내 맥주용 보리 5품종(광맥, 호품, 흑호, 호단, 다이안)을 선정해 시험한 결과, 파종 30일 뒤 토양을 덮는 피복률이 90% 내외로 높게 나타났다. 품종 간 피복률 차이는 크지 않아 어떤 품종을 선택해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 경사진 감자 재배지에 '광맥'을 심어 시험한 결과, 작물을 덮지 않았을 때보다 토양유실량이 약 25% 감소했다. 감자 재배 기간 동안 무피복 상태에서는 1ha당 0.4톤의 토양이 유실됐지만, 맥주용 보리를 심은 경우 0.3톤으로 줄었다. 이처럼 이랑 사이에 덮는 작물을 심으면 빗방울이 토양 표면에 직접 떨어지는 것을 막고, 물이 천천히 흡수되도록 도와 토양 침식을 완화한다. 또한 지표면을 따라 흐르는 물의 속도를 낮춰 토양과 양분 유출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그동안 경사지 토양 유실을 막기 위해 주로 호밀을 재배해 왔지만, 종자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대부분을 외국산에 의존해야 했다. 이에 따라 농가의 경영비 부담이 컸다. 반면 맥주용 보리는 호밀보다 종자 가격이 20kg당 약 36,000원으로 호밀(48,580원)보다 25% 저렴하다. 발아도 3~5일로 호밀(5~10일)보다 빨라 토양을 신속히 덮을 수 있다. 식물체 크기가 호밀의 절반 수준으로 작아 주 작물과 양분을 덜 경쟁한다는 장점도 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맥주용 보리 종자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서 구매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 조광수 소장은 "경사지 밭이 많은 고령지에서는 장마철 기후 변화에 대응해 덮는 작물을 재배하는 등 선제적 토양 보전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맥주용 보리 활용 기술이 환경을 보전하고 농가 부담을 낮춰 지속 가능한 밭 농업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맥주용 보리 파종 100일 내외의 식물체 크기가 호밀보다 작아 주 작물과 양분 경합이 적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파종 30일 내외의 토양 피복률이 90% 내외로 분석돼 작물 생육 초기 강우에 의한 토양 유실 방지에 효과가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감자 재배기간 동안 이랑 사이에 맥주용 보리를 재배한 결과, 강우에 의한 토양 유실이 관행 대비 25%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