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보험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범정부 협의체를 가동한다.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서류 위·변조 등 신종 보험사기가 확산될 가능성에 대비해 보험사기 방지 인프라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진홍 금융산업국장 주재로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를 겸한 보험조사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민영 보험사기 적발 규모는 1조1571억원으로, 2022년 1조원을 넘어선 후에도 지속 증가하고 있다. 적발되지 않은 보험사기까지 고려하면 전체 규모는 약 9조원으로 추산되며, 지난해 적발 인원은 10만5743명으로 전년보다 3.0% 줄었다.
보험 분야별로는 실손의료보험과 건강보험 등이 포함된 장기손해보험 비중이 44.7%로 가장 컸다. 이어 자동차보험 22.4%, 생명보험 21.8%, 일반손해보험 11.2% 순으로 집계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금 누수는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그 피해가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며 “보험사기 과정에서 건강보험 급여도 청구되는 만큼, 건강보험 재정 누수도 우려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보험사기는 의료기관, 정비공장, 브로커, 보험설계사 등이 결탁한 조직적·지능적 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와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을 악용해 서류를 위·변조하는 신종 보험사기가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AI를 활용한 서류 위·변조는 보험 가입, 사고 처리, 보험금 청구 등 보험 전 과정에서 신분증과 진단서, 차량파손 사진 등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영수증이나 진료기록을 수작업으로 오려 붙이거나 포토샵으로 위·변조한 경우 폰트와 자간 변화로 탐지가 가능했지만, 생성형 AI는 이미지 픽셀 자체를 새롭게 생성해 기존 물리적 단서가 삭제될 수 있다.
실제 부산의 20대 A씨는 병원에서 발급받은 입·통원 확인서를 촬영해 생성형 AI에 업로드한 뒤 입원·퇴원 기간을 늘려달라고 요청해 위조 서류를 만들었다. A씨는 2024년 7월부터 약 1년간 11개 보험사에 보험금을 반복 청구해 총 1억5000만원을 편취했으며, 부산지법에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금융위는 현재도 한국신용정보원, 보험개발원, 개별 보험사 등이 AI를 활용한 보험사기 대응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기관 간 정보 칸막이와 분절적 대응으로 실시간 정보 공유 등 유기적 시너지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신용정보원은 보험계약과 보험금 지급 및 면책에 보험신용정보를 집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험사기 AI 분석과 빅데이터 결합을 지원하는 ‘AI 기반 인슈어테크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AI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 차량손상 사진으로 견적비를 자동 산출하고 있으며, 현장출동 직원 사진과 정비업체 제출 사진을 비교하는 자동차 사고 관련 허위·과다 청구 방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TF는 법·제도, 데이터, 인프라 분과 등 3개 분과로 구성된다. 정부와 유관기관, 업계 등 보험조사협의회 참여기관을 기본 구성원으로 하되, 필요시 관련 전문가도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TF는 한국신용정보원의 AI 기반 인슈어테크 플랫폼을 전 보험권 보험사기 방지 통합 인프라로 고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하위 분과별로는 ▲보험사기 혐의 정보 집중·공유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보험사기 탐지를 위해 추가로 집중·공유할 정보 선정 ▲보험업권과 유관기관 간 실시간 정보공유 방안 마련 ▲AI를 활용한 보험사기 패턴 분석 및 위험지수 개발 등 분야별 핵심 과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공모자나 설계사 인적 정보 등 보험사기 혐의 정보를 집중하고 선별적으로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진료정보 등 정보 집중이 어려운 경우에는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원본 대조 등 정보 조회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금융위는 향후 3개월간 TF를 운영해 오는 9월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며, 이후 10월부터 법령 개정과 플랫폼 고도화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김진홍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를 차질 없이 구축해 활용하면 사전 예방, 실시간 탐지, 사후 조치 등 전방위적으로 보험사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보험료 하락과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방지해 그 편익을 국민께 돌려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