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강도 높은 단속이 본격화된다. 보건복지부는 4일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중단됐던 건강보험 기획조사를 올해 하반기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신종 감염병 대응 일정에 밀려 2년간 중단됐던 현장 점검이 다시 가동되면서 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번 조사는 이른바 ‘거짓청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거짓청구는 실제 진료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마치 진료한 것처럼 꾸며 건강보험 진료비를 청구하는 행위를 뜻한다. 허위 환자 등록이나 근무하지 않은 의료인을 근무한 것처럼 꾸미는 수법, 입원·내원 일수를 부풀리거나 비급여 진료를 급여로 중복 청구하는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거짓청구로 인한 보험 재정 누수액은 연평균 약 96억원으로 전체 부당청구 금액의 약 30%를 차지한다.
조사는 6월 준비 절차를 거쳐 이르면 8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공공위원과 의약단체, 시민단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현지조사 선정심의위원회가 조사 항목과 시기를 확정한 뒤 사전 예고할 계획이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부당청구감지 시스템이 적극 활용된다. 이 시스템은 198개 판단 기준으로 요양기관별 위험도를 분석해 부당청구 가능성이 높은 곳을 선별하는 빅데이터 기반 예측 체계다.
적발된 기관에 대한 제재 수준도 크게 강화된다. 부당하게 지급받은 금액은 전액 환수되며 최대 1년의 업무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업무정지가 어려운 경우 부당금액의 최대 5배에 이르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예컨대 부당청구액이 20억원이면 과징금만 최대 100억원, 여기에 부당이득 환수액 20억원을 더하면 총 120억원을 징수하게 된다. 거짓청구 금액이 1500만원 이상이거나 비율이 20%를 넘으면 위반 사실이 공개되며, 진료기록부 허위 작성 등 의료법 위반이 확인되면 의료인 자격정지까지 가능하다.
권병기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국민 보험료로 운영되는 건강보험 재정에 누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라며 "신속하고 실효적인 사후 관리를 통해 거짓·부당청구 없는 정상적인 청구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감시 체계로 이어져야 보험 재정의 근본적 건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