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폭염이 낙농가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착유 전 젖소가 대기하는 공간을 시원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우유 품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착유대기장에 고압 분무와 송풍팬을 결합한 쿨링 시스템(냉방 시설)을 설치한 결과, 착유대기장의 평균 온도가 일반 대기장보다 1.3도 낮아졌으며(30.9도→29.6도), 이 환경에서 착유한 젖소의 우유 품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국립축산과학원 실험 목장(천안 소재)에서 사육 중인 홀스타인 착유우 12마리를 두 그룹으로 나눠 비교 실험을 진행했다. 처리구 6마리는 쿨링 시스템이 가동된 착유대기장에서 30분간 대기한 뒤 착유를 진행했고, 대조구 6마리는 기존의 일반 착유대기장에서 같은 시간 대기한 뒤 착유했다.
실험 결과, 처리구 젖소의 우유에서는 유지방 함량이 대조구보다 약 20% 증가했다. 또 유방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체세포 수는 약 70% 감소했다. 체세포 수는 낮을수록 유방염 발생 위험이 적고 우유 품질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젖소의 더위 스트레스를 보여주는 호흡수에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더위를 심하게 느끼면 사람처럼 호흡이 빨라지는 젖소의 특성상, 처리구의 평균 호흡수는 분당 52회로 대조구(분당 62.2회)보다 약 20% 적었다. 이는 쿨링 시스템이 젖소의 체온 조절을 도와 고온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완화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별도의 대규모 시설 교체 없이 기존 착유대기장에 간단한 냉방 시설만 추가해도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어, 현장 도입 부담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축산과학원 낙농과 김상범 과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착유 직전 잠시라도 젖소의 열 스트레스를 줄이면 우유 품질과 유방 건강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기후변화와 폭염에 대응해 낙농가 현장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관리 기술을 개발해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 결과는 국내 학술지인 '한국산학기술학회지' 2026년 5월호에 게재됐으며,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젖소 생산성 저하와 우유 품질 하락을 줄이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