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금융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발행 규제뿐 아니라 유통 전반과 위험 관리 체계를 포괄하는 종합적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정상혁 전북은행 부행장은 "가상자산이 이미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진화했고,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시장에서 실제 활용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제도권 관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 부행장은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송금 효율성을 넘어 초소액 거래와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간 머신투머신(M2M) 시장의 핵심 수단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 확대에 걸맞은 리스크 관리가 병행되지 않으면 금융 시스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최근 5년간 적발된 불법 외환거래 중 83%가 가상자산을 통해 이뤄졌고, 이 중 90% 이상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점을 지적하며 자금세탁과 외환 규제 사각지대 해소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입법 지연이 국내 디지털자산 생태계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 부행장은 "규제 공백이 길어질수록 시장이 해외 인프라와 외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종속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통화주권의 문제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신뢰와 안정성을 먼저 확보하는 쪽이 승자가 될 것"이라며 속도감 있는 제도 정비를 촉구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인식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심원태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 사무관은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지급결제 수단으로 제도권 안에서 운영되려면 특정금융정보법, 외국환거래법 등 관계 법령 정비가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12월부터 시행되는 국경 간 가상자산 이전 보고 의무화는 불법 외환거래 및 자금세탁 모니터링 기반을 마련한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보험업계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이 장기적으로 자산운용과 결제 인프라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과 함께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보험사의 디지털자산 투자 및 서비스 확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이 하반기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는 긍정적 신호"라며 "제도화 속도가 금융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