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코인이 단순 투자 자산을 넘어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부상하면서 발행 중심 논의를 넘어 유통 구조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테이블코인의 확산과 금융시스템 재편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금융 인프라 활용과 제도권 관리 방안이 논의됐다.
토론자로 참여한 정상혁 전북은행 부행장은 “가상자산은 더 이상 투자 대상의 단계를 넘어서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며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활용과 확산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말했다.
■ “발행만으로는 부족”… 유통 구조 마련이 관건
정 부행장은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발행과 준비자산 규제뿐 아니라 유통 구조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발행만 있고 유통이 약하다면 살아있는 인프라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범위는 송금·결제 효율화를 넘어 초소액 결제 영역으로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정 부행장은 “본격화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시대에 스테이블코인은 AI 이코노미이자 머신투머신(M2M) 시장 활성화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규제 공백 속 리스크 관리도 과제
다만 시장 확대에는 구조적 리스크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부행장은 “현재 국내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는 입법 지연으로 인한 규제 공백 그 자체”라며 “규제가 없는 불확실성보다는 강한 규제가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채 시장만 앞서 나갈 경우 위험이 어디에 쌓이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불법 외환거래와 자금세탁 가능성을 주요 위험으로 꼽으며 “최근 5년간 적발된 불법 외환거래 가운데 83%가 가상자산을 통해 이뤄졌고, 그중 90% 이상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금융시장 건전성과 직결되는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입법 지연이 국내 디지털자산 인프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정 부행장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늦어질수록 규제 공백은 길어지고 시장은 해외 인프라와 해외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며 “이는 산업 경쟁력을 넘어 통화주권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신뢰와 안정성을 먼저 확보하는 쪽이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금융위 “2단계법 넘어 종합적 접근 필요”
금융당국도 단순 발행 규제를 넘어선 종합적 접근 필요성에 공감했다. 심원태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 사무관은 “스테이블코인의 확장은 2단계법뿐 아니라 다양한 제도적 차원의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 사무관은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지급결제에 활용되고 제도권 안에서 운영되기 위해서는 특정금융정보법, 외국환거래법 등 불법 활용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외국환거래법 개정이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점을 설명하며 “올해 12월부터 국경 간 가상자산 이전 내역을 보고하게 되며 이를 통해 불법 외환거래나 자금세탁 우려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의 국경 간 거래와 대외 지급수단 활용 가능성에 대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과 관련해서는 국회 일정과 관계기관 협의 등을 고려해 “하반기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