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불법·탈세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나선다. 국세청은 19일 대출규제를 피해 현금으로 고가 아파트를 사들이거나 시세차익을 노린 다주택자 등 탈세혐의자 127명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자금 형성 과정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출 없이 현금으로만 부동산을 취득하는 이른바 '현금부자' 거래가 늘고, 부모에게 고액 자금을 빌리는 '부모찬스' 거래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거래는 신고되지 않은 소득을 활용했거나 증여 사실을 채무로 위장한 '꼼수증여'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탈세 우려가 제기돼 왔다.
국세청은 주택시장 안정을 저해하는 투기성 거래와 편법적인 자금조달에 대해 가용한 조직과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조사 대상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자금출처 검증을 한층 강화해 부동산 거래 과정의 불법 행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사 대상자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대출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부자와 사인간 채무가 과다한 경우, 둘째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다주택자, 셋째는 가격 상승 지역에서 주택을 취득한 경우, 넷째는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취득자다. 이들이 취득한 주택 규모는 약 3600억원에 달하며, 추정 탈루 금액은 1700억원에 이른다.
첫 번째 유형은 대규모 현금을 동원해 고가 아파트를 샀지만 뚜렷한 신고소득이 없는 사례다. 국세청은 자금 형성 과정에서 사업소득을 은닉했거나 부모로부터 편법 증여받은 사실이 있는지 끝까지 추적할 계획이다. 또한 대출규제로 금융기관 대출이 어려워지자 부모나 친인척, 특수관계 법인에서 고액을 빌려 주택을 취득한 사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상환 능력에 비해 과도한 자금을 차용하면서 형식상 차용증만 작성한 경우 사실상 증여에 해당하는지 엄격하게 확인하고, 채무로 인정되더라도 상환 여부와 이자 신고 내역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두 번째 유형은 소득이나 재산 대비 과도한 자금을 동원해 실거주 목적이 아닌 시세차익을 노리고 다주택을 취득·보유한 경우다. 국세청은 탈세 의심 자금으로 이뤄진 투기성 다주택 거래에 대해 취득 당시 자금 원천뿐만 아니라 세금 신고, 자산 증가, 가족 간 자금 이전 등 재산 형성 과정 전반을 면밀히 살필 계획이다.
세 번째 유형은 최근 가격이 급등한 지역에서 주택을 취득한 경우다. 성북구, 강서구 등 서울 비강남권과 광명시, 구리시 등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자 국세청은 해당 지역의 거래 동향과 가격 변동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단기간 주택 가격이 급등한 지역에서 탈세 사례가 나타나면 신속히 분석해 조사 대상으로 선정하는 등 시장 상황에 편승한 투기·탈세 행위에 적시 대응할 예정이다.
네 번째 유형은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취득자다. 강남3구, 마포구·용산구·성동구의 초고가 아파트는 일부 가격 조정에도 선호 입지의 경우 여전히 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초고가 주택은 자금조달 구조가 복잡하고 고액 자금이 동원되는 특성상 소득 누락이나 편법 증여 가능성이 크다. 국세청은 지난해 10월 1차 조사에 이어 이번에 추가 세무조사를 진행하며 초고가 주택 거래를 전수 검증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사기나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한 사실이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수사기관에 고발해 엄중 처벌할 방침이다. 자금출처 확인 중 사업소득을 누락했거나 법인자금을 빼내 주택 취득 자금으로 사용한 의심 사례는 관련 사업체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탈세는 반드시 적발되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인식이 시장에 확고히 자리잡을 때까지 부동산 거래 과정의 탈세 행위에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다.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거래 유형과 탈루 행태도 달라지는 만큼 거래 동향 및 탈세 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위험이 높은 이상 거래는 초기 단계부터 적극 차단할 방침이다.
특히 다주택 중과유예 종료로 우려되는 변칙 증여나 우회 거래 등 편법을 이용한 세금 회피 시도는 예외 없이 적발하고, 부당 가산세 40%를 부과하는 등 더 큰 세 부담을 주기로 했다. 사업자 대출을 유용해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사례는 상반기 자진시정 기간을 거친 후 하반기부터 전수 검증할 예정이며, 대출금 부당 유용에 따른 탈세뿐만 아니라 사업체 전반의 탈루 여부도 확인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아울러 국무조정실 부동산감독추진단이 주관하는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협의회를 통해 관계 기관과 긴밀히 소통하고, 부동산 불법·탈세 행위에 대해 범정부 역량을 결집해 공동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