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택배사업자의 하도급법 위반행위 제재

쿠팡,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로젠 등 국내 5대 택배사업자가 영업점과의 계약에서 부당한 특약을 설정하고 계약 서면을 제때 발급하지 않은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총 30억 7,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5개 택배사업자가 영업점 및 터미널 운영사업자, 화물운송업자에게 택배 및 배송 용역을 위탁하면서 부당한 특약을 설정하고 계약 서면을 미발급한 행위에 대해 이 같은 제재를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8월 공정위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가 합동으로 택배업종 작업현장을 불시 점검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택배 종사자들의 온열 질환과 안전사고를 초래하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주요 5개 택배업자와 영업점 간 계약 현황을 전수 조사해 택배업계에 만연한 계약 서면 미발급과 늑장 발급 관행을 시정하고,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설정한 불공정 계약 조건을 전면적으로 삭제·수정하도록 했다.

국내 택배시장은 온라인쇼핑의 일상화로 2023년 이후 1인당 연간 택배 이용 건수가 100건을 초과했으며, 새벽배송·당일배송·즉시배송 등 퀵커머스 시장의 급성장으로 택배사업자 간 물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그 결과 전국 단위 대규모 물류망을 갖춘 상위 5개 택배사업자가 시장의 90.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5개 택배사는 영업점 등을 압박하는 다양한 부당 특약을 설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안전사고 관련 배상책임이나 물품 훼손·분실에 따른 배상책임을 영업점에 전가하거나, 기준이 모호한 계약상 의무 불이행 시 소명 기회나 최고 절차 없이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특약 등을 설정했다. 이러한 행태는 영업점의 택배종사자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부터 전국 단위 물류망을 갖춘 상위 5개 택배사업자를 조사 대상으로 선정해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시행 중인 계약서 등 총 9,186건을 전면 검토했다. 조사 착수 3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 안건을 상정하고 올해 3~4월 집중 심의를 거쳐 부당한 계약 조건을 시정하도록 했다.

부당한 특약 설정 행위와 관련해 5개 택배사업자는 다양한 형태로 영업점 등의 이익을 침해하는 특약을 설정했다. 주요 사례로는 안전사고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영업점에 전가하는 특약, 현금 담보 기간 중 발생한 이자수익을 반환하지 않는 특약,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를 영업점이 배상하도록 하는 특약, 부동산 담보 제공 비용 일체를 영업점에 부담시키는 특약 등이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쿠팡은 영업점의 고의나 과실로 물품이 분실·훼손되거나 행정처분이 내려질 경우 변호사 보수를 포함한 일체의 비용을 영업점이 부담하도록 했다. 롯데는 위탁 업무 수행 중 안전사고로 인한 민·형사상 일체의 책임을 수급사업자에게 전가하는 조항을 두었다. 한진 역시 계약 이행 중 발생하는 안전사고나 산재사고에 대해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수급사업자가 지도록 했다.

또한 쿠팡은 계약 종료 후 모든 자료를 파기하도록 해 정산 내용 확인을 어렵게 했고, CJ대한통운·롯데·한진·로젠은 부동산 담보 설정 비용 전액을 영업점이 부담하도록 했다. 롯데는 현금 담보를 무이자 조건으로 제공하도록 했으며, 한진은 계약이 중도 해지될 경우 최대 2개월간 추가 업무 수행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로젠은 터미널 운영 관련 원가 자료 제출을 강제하는 조항을 두었다.

손해배상 책임을 과도하게 가중한 사례로는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영업점에 전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는 계약 종료 후 인수인계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3개월간 도급수수료 평균액의 150%에 해당하는 위약벌을 부과하도록 했다. 로젠은 차량 운행 중 발생하는 모든 사고에 대해 민·형사상 일체의 책임을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켰다.

예측 불가한 사항에 대한 책임 전가 사례로는 CJ대한통운이 협력사 사용인력의 파업·태업 등 노사분규 발생 시 이를 불가항력적 사유로 보지 않고 협력사가 전적으로 해결하도록 한 조항이 있다. 로젠 역시 파트너사 고용인의 쟁의행위로 인한 모든 손해를 파트너사가 배상하도록 했다.

계약 해지 사유를 과도하게 넓게 설정한 사례로는 쿠팡이 교육 미이행이나 비밀유지의무 위반 시 즉시 계약 해지가 가능하도록 한 점, 롯데가 협력사의 대내외적 위험으로 명예나 이미지가 실추될 우려만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이 지적됐다. 한진은 후방 감지기 미장착이나 간선기사 앱 미사용 같은 세부 사항까지 즉시 해지 사유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부당특약에 대한 재발방지명령을 부과하고, 심의일 현재 계약서 수정 및 재계약을 완료하지 못한 사업자들에게는 부당특약 수정·삭제 명령을 내렸다. 롯데는 심의일 현재 신규계약서 발급을 완료해 재발방지명령만 부과됐다. 부당특약 관련 과징금은 쿠팡 5억 6,700만 원, CJ대한통운 5억 400만 원, 롯데 4억 8,300만 원, 한진 5억 4,600만 원, 로젠 3억 7,800만 원 등 총 24억 7,800만 원이다.

서면 발급 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는 5개 택배사업자가 총 2,055건의 계약에서 용역 수행 시작일까지 계약 서면을 발급하지 않았으며, 최장 761일이 지나서야 발급한 사례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업자는 뒤늦게라도 발급했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위법성이 경미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면 발급 의무 위반에 대한 과징금은 쿠팡 1억 9,200만 원, CJ대한통운 1억 800만 원, 롯데 1억 5,000만 원, 한진 1억 5,000만 원 등 총 6억 원이며, 로젠은 위반 건수가 14건으로 적어 과징금이 부과되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택배종사자들의 안전사고와 업무 가중을 방지하기 위한 관계 부처 합동 점검을 통해 이루어졌다. 심사 과정에서 택배사업자들로 하여금 문제된 특약 전부를 신속하게 시정하고, 계약관리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계약 서면 미발급 관행을 구조적으로 개선하도록 한 점에 의미가 있다.

특히 국내 택배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대형 택배사업자들이 영업점 등에 대한 통제와 압박 수단으로 만들어 온 불합리한 특약을 수정 또는 삭제하도록 함으로써, 영업점과 택배 종사자들이 겪어온 불합리한 관행 개선과 업무 부담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5개 택배사업자들은 이번 조사 및 심사 과정에서 부당 특약에 대한 시정안을 제출하고 영업점 등과 변경 계약을 체결 중이다. 롯데는 변경 계약 체결을 완료했으며, 나머지 업체들은 의결서 송달일로부터 90일 안에 계약 체결을 완료해야 한다.

공정위는 택배사업자들이 화주와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해 물류시설 투자와 사업 규모 확장에 주력한 반면, 수급사업자와의 공정한 계약 체결 관행 정착에는 소홀해 불공정을 심화시키고 종사자 안전에 대한 투자와 책임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로 이러한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앞으로 공정위는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중심으로 부당특약 설정, 서면 발급 의무 위반 등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중 제재할 계획이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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