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와 K-뷰티의 글로벌 인기가 치솟으면서 한국 상품의 수출액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인기에 편승해 선도 제품의 디자인이나 콘셉트를 그대로 모방하면서도 자사 브랜드명을 사용해 법적 책임을 피하는 이른바 '미투(Me-too)제품'이 기승을 부리면서 원조 기업의 혁신 의지를 꺾고 시장 질서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위원장 이광형, 이하 지재위)는 5월 13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화홀에서 이춘무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 주재로 '미투제품 실태 파악 및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정부, 산업계, 법조계, 학계 전문가 25명이 참석해 현장 피해 실태를 청취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투제품은 상표권까지 도용하는 소위 '짝퉁(위조 상품)'과 달리 자사 브랜드명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쉽다. 대신 선도 제품의 외관, 패키지, 콘셉트를 통째로 모방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한다. 최근 K-푸드 수출액이 136억2000만 달러(전년 대비 21.9% 증가), K-뷰티 수출액이 114억 달러(전년 대비 12.3% 증가)를 기록하며 한국 상품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 미투제품으로 인한 피해도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미투제품이 원조 상품의 시장 수명을 급격히 단축시킨다는 점이다. 실제로 편의점 인기 상품의 평균 수명은 22개월에서 4개월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원조 기업이 신제품 연구개발(R&D)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워지고, 기업의 제품 혁신 유인이 저하되며 단기 출혈경쟁 중심의 시장 구조로 변질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세 가지 발제와 자유토론 순으로 진행된다. 먼저 한국경제신문 장서우 기자가 '취재 현장에서 본 미투제품 분쟁 실태 및 제언'을 주제로 식품·패션·뷰티 업계의 다양한 사례를 시각 자료와 함께 제시하며 지식재산권 보호의 사회적 경각심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어 특허법인 광장의 이보격 변리사가 '미투제품 피해 실태 및 최근 판례 동향'을 발표해 법원의 판단 기준과 기업의 초기 권리 확보, 증거 수집, 침해 시 금지 청구 등 단계별 대응 전략을 상세히 안내한다. 마지막으로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나종갑 교수가 '우리나라 법상 상품 형태의 모방에 관한 법률 소개'를 통해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 등 현행 제도의 한계와 입법 공백 사례를 분석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법·제도 개선 방향을 제안할 계획이다.
이번 간담회는 지재위가 새롭게 마련한 '지식재산 주요 현안 신속·통합 대응체계 구축'의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미투제품과 같은 지식재산 쟁점에 대해 개별 부처가 분절적으로 대응하면서 적시에 효과적인 해법을 내놓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지재위는 1단계로 현장 밀착형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하고, 2단계로 '지재위 이슈리포트'를 발간·배포해 객관적 진단과 정책 방향을 공론화한 뒤, 3단계로 사안별 맞춤형 정책 의제화로 이어지는 업무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춘무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은 "한국 상품의 국제 위상이 높아질수록 미투제품으로 인한 우리 기업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며 "이번 간담회에서 논의된 결과를 지재위 이슈리포트로 발간해 신속히 공론화하고, 사안의 파급력에 따라 범정부 종합대책을 수립하는 등 후속 정책 의제화로 연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간담회에는 지재위와 지식재산처, 한국저작권위원회, 한국식품산업협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한국지식재산협회, 한국지식재산연구원 관계자와 지식재산 전문 교수·법관·변호사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