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현 수준인 'AA,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29일 발표했다. S&P는 중동 분쟁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불안이 2026년 한국 경제의 위험 요소이지만, 반도체 등 산업 경쟁력과 재정 정책이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향후 3~4년 동안 대부분의 고소득 국가들보다 높은 평균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S&P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0%로 부진했지만, 내년에는 반도체·IT 분야의 선도적 지위와 조선업 등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2026~2029년 동안 1인당 GDP가 매년 약 2.1%씩 성장해 2029년에는 4만4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S&P가 지난 3월 발표한 아태지역 성장 전망에서 2026년 한국 성장률을 1.9%로 제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S&P는 한국의 제도·정책적 환경도 신용을 뒷받침하는 중요 요소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 선포로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다소 손상됐으나, 신속한 계엄령 철회와 대응, 선거를 통한 새 정부 출범이 악영향을 완화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불안에 대해서는 한국이 원유 및 천연가스 주요 수입국이지만, 공급원 다각화와 안정적인 석유 비축분을 통해 충격을 완충할 여력을 갖췄다고 봤다.
재정 측면에서 S&P는 2026년 일반정부 재정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4%를 기록한 후, 2027년에는 -1.1%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부채 부담도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2026년 일반정부 순부채가 GDP 대비 약 9%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금융기관의 우발채무 리스크는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봤으나, 비금융공기업 채무가 GDP의 약 20%에 달하며 중동 분쟁 장기화 시 주요 에너지 공기업이 재정적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한 정권 붕괴 시 발생할 통일 비용은 불확실성이 크고 매우 부담이 큰 우발채무로서 한국 신용등급의 가장 큰 취약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대외 건전성에 대해 S&P는 양호한 순대외자산과 경상수지 흑자 지속이 신용등급의 확고한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경상수지 흑자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GDP 대비 6.6%를 기록했으며, 향후 3~4년 동안 GDP의 6% 이상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요인들이 원화의 점진적 강세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변동환율제와 활발한 외환시장이 한국 경제에 튼튼한 외부 완충장치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S&P는 향후 등급 조정 가능 요인으로 ▲북한 관련 안보 및 우발 채무 리스크 해소(상방 요인) ▲북한 관련 긴장이 경제·재정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정도로 고조(하방 요인) ▲다른 고소득 국가와 유사한 수준으로 성장률 저하(하방 요인)를 제시했다.
한편, 이번 S&P의 결정으로 올해 들어 피치(Fitch)와 무디스(Moody's)에 이어 3대 국제 신용평가사가 연이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됐다. 중동 상황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서도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의 긍정적 평가가 견고하게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S&P는 2016년 8월 한국에 AA 등급을 부여한 이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0월에는 AA-에서 A+(부정적)로 하향 조정됐으며, 2003년 북한의 NPT 탈퇴와 SK글로벌 회계부정 사건으로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피치가 A+에서 부정적 전망을 부여했으나, 2010년대 들어 역대 최고 수준으로 회복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무디스 기준 Aa2, S&P 기준 AA, 피치 기준 AA-로, 미국(AA+, Aa1)이나 영국(AA, Aa2) 등과 유사한 수준이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은 최고 등급인 AAA를 유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