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소공인의 스마트 제조 전환을 지원하는 ‘소공인 스마트제조지원 사업’에서 대규모 보조금 부정수급 정황을 확인하고, 관련 업체에 대한 고강도 제재와 함께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해당 사업은 소공인의 제조 공정에 스마트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2020년부터 시작됐다. 지원 규모는 2020년 30억원에서 2022년 613억원, 2024년 882억원, 2026년 980억원으로 급격히 확대됐으며, 경쟁률도 2021년 1.80대 1에서 2025년 5.57대 1까지 높아졌다. 사업 참여 소공인의 매출과 고용이 개선되는 등 성과가 확인된 사업이었지만, 지원이 확대되면서 부정수급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중기부는 2025년 11월 관계부처 합동 점검을 통해 부정수급 정황을 포착하고, 이후 약 5개월간 집중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024년 지원기업 1887개사 중 112개사(약 6%)에서 부정수급이 확인됐다. 특히 일부 공급기업이 사업 전반을 주도하며 부정행위를 유도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주요 부정행위 유형은 세 가지다. 첫째, ‘가격 부풀리기 및 페이백’ 유형이다. 일부 공급기업이 사업에 익숙하지 않은 소공인을 대상으로 신청부터 계약, 정산까지 전 과정을 대신 수행하면서 장비·소프트웨어 가격을 실제보다 부풀린 뒤 차액의 일부를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부당이익을 챙겼다. 이는 보조금법과 형법상 사기 혐의에 해당해 관련 공급기업 17개사가 수사의뢰 대상이 됐다.
둘째, ‘임차를 가장한 구매’ 방식이다. 본 사업은 장비 임차 방식만 지원하지만, 실제로는 장비를 구매하면서 임차 계약서를 위조해 보조금을 받은 사례가 적발됐다. 현장 점검 결과 별도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사업 선정 전 장비를 미리 구매한 뒤 허위 임대차계약서로 보조금을 신청한 경우가 확인됐다. 이 유형으로 공급기업 4개사와 소공인 9개사가 수사의뢰됐다.
셋째, 장비 가동 데이터를 허위로 전송한 유형이다. 공급기업이 장비·소프트웨어의 가동 여부나 생산 데이터를 허위로 사업 전담기관에 전송한 사례가 다수였다. 특히 이미 폐업한 사업장의 장비가 정상 가동되는 것처럼 데이터를 보낸 경우도 있었다. 이는 업무방해 혐의로 공급기업 16개사가 수사의뢰됐다.
중기부는 이번에 확인된 부정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한다. 위반 업체는 최대 5년간 중기부 지원사업 참여가 제한되고, 부정수급액 전액 환수와 함께 최대 5배의 제재부가금이 부과된다. 특히 범죄 혐의가 중대한 공급기업 17개사와 소공인 9개사는 형사고발 조치됐으며, 검찰·경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할 방침이다. 또한 2025년 지원기업 1530개사에 대해서도 정밀 조사가 진행 중이며, 결과에 따라 동일한 기준으로 제재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기부는 사업 구조 자체를 전면 개편한다. 먼저 공급기업 관리·감독 체계를 대폭 강화한다. 공급기업에 대한 역량 진단을 의무화해 기술력과 수행 능력을 검증받은 기업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참여 이력과 사후관리 수준을 평가해 우수 기업과 제재 이력 기업을 구분·공개한다. 참여 가능한 공급기업도 직접생산업체, 공식 유통사 등으로 구분해 소공인의 선택권을 확대한다.
소공인의 형식적 참여를 막기 위해 사업 참여 요건도 강화된다. 최근 3년 평균 연매출 2억원 이상인 소공인으로 신청 자격을 제한하고, 자부담 비율을 기존 30%에서 40%로 상향한다. 이를 통해 투자 여력과 성장 의지가 있는 소공인을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한다.
지원 대상 선정 방식도 개편된다. 기존 서류 중심 평가를 영상·인터뷰 기반 현장 평가로 전면 바꾼다. 소공인이 직접 공정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제출하고 인터뷰를 통해 사업 필요성과 실행 의지를 실질적으로 검증한다. AI 기반 사업계획서 유사도 분석과 동일 IP 주소 신청 탐지 시스템도 도입해 대리 신청을 원천 차단한다.
가장 큰 변화는 지원 방식이다. 부정 소지가 컸던 임차 방식을 폐지하고 구매 방식으로 전환한다. 구매 장비는 보조금법에 따라 중요 재산으로 등재하고, 사후관리 기간을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한다. 또 사업 신청 단계에서 원가산정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민간 원가산정기관을 통해 가격 적정성을 검증받도록 한다. 사업비 집행 전에는 회계감독기관이 증빙서류를 사전 검토하는 이중 확인 체계를 구축한다.
사후관리도 한층 강화된다. 사물인터넷(IoT) 기반 데이터 수집체계를 도입해 장비 가동 여부를 실시간으로 점검한다. 전담기관이 직접 데이터를 수집해 조작 가능성을 차단하고, 매분기 데이터 제출과 불시 현장 점검을 병행한다. 생산량, 불량률 등과 연계한 성과 분석도 실시해 사업 효과를 정량적으로 관리한다.
마지막으로, 사업 전 과정에 전담 코디네이터를 배치한다. 소공인의 낮은 디지털 이해도와 정보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공급기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다. 코디네이터는 소공인의 공정 특성과 작업환경을 분석해 적합한 기술과 장비를 제안하고, 사업계획 수립부터 도입·운영, 성과관리까지 밀착 지원한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운영 중인 ‘제조DX멘토단’ 약 300명을 활용해 올해 하반기부터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중기부는 이번 전면 개편을 통해 부정수급을 사전에 차단하고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며, 개편된 사업계획에 따라 오는 4월 30일 사업 공고를 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