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돈을 벌고도 해외로 재산을 빼돌려 세금을 내지 않는 체납자들이 국세청의 강력한 국제공조에 속속 적발되고 있다. 국세청은 임광현 청장이 취임한 지난해 7월 이후 최근 9개월 동안 3개국 과세당국과 협력해 총 339억원의 체납세금을 환수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2015년 이후 국세청이 해외에서 거둬들인 전체 징수 실적(24건, 372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치다.
국세청은 현재 수십 건의 국제공조 절차를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수백억 원 규모의 체납세금을 추가로 환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임 청장은 취임 이후 조세정의 실현과 국가 재원 확보를 핵심 과제로 삼고, 해외 은닉재산 추적과 환수에 세정 역량을 집중해 왔다.
해외 은닉재산을 추적하고 환수하기 위해서는 해외 과세당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국세청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을 활용한다. 첫째는 과세정보 교환으로, 해외 금융정보의 경우 매년 119개국과 자동으로 정보를 교환해 체납자의 금융자산을 식별한다. 163개국과는 개별 이슈에 대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해외 부동산 정보는 여러 체납자를 묶어 해당 국가에 일괄 요청하기도 한다.
둘째는 징수공조로, 해외에 있는 체납자의 재산을 현지 과세당국이 대신 압류하고 추심하도록 요청하는 절차다. 우리나라의 강제징수권이 해외까지 미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국가 간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호주 등과 실무협정(MOU)을 체결해 징수공조를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앞으로 정보교환 대상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가상자산의 경우 56개국이 암호화자산 정보교환협정에 서명해 2027년부터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내역을 매년 제공받게 된다. 해외 부동산은 2030년부터 보유 및 거래 현황을 상호 교환할 예정이다.
국세청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해외 은닉재산 환수 방식은 다양하다. 국내 재산이 없다고 버티던 해외 거주 외국인 대재산가는 징수공조 개시 통지문을 받자마자 본국에 있는 재산을 팔아 체납세금을 분할 납부하기 시작했다. 고액 연봉을 받고 국내 프로리그에서 뛰다 세금을 내지 않고 해외로 도망간 외국인 선수는 본국 과세당국의 정보교환으로 재산이 드러나자 국내 대리인을 통해 자진 납부했다.
여러 국가에 재산을 분산한 외국인 사업가도 제3국에서 덜미가 잡혔다. 세무조사 중 출국해 장기간 체납했지만, 국세청이 각종 정보분석으로 금융계좌와 자동차를 포착해 징수공조를 요청하자 스스로 세금을 냈다.
내국인 체납자 사례도 있다. 남의 명의로 해외 곳곳에서 사업을 하던 체납자는 국세청이 실질 지배 해외법인을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추적한 끝에 제3국에 숨겨놓은 예금 전액을 환수했다. 외국 영주권자이면서 국내 재산이 부족했던 체납자는 영주권 보유국과의 정보교환으로 해외 금융계좌를 확인한 후 현지 계좌에서 체납세금을 추심당했다.
현재 진행 중인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수백억 원의 세금을 장기간 체납한 사업가가 해외에서 대규모 사업을 벌이다 현지 법인이 파산 절차에 들어가자, 국세청은 사상 최초로 외국 파산사건에 채권자로 참여했다. 현지 전문 로펌을 선임해 파산재판에 참석, 확정채권자 지위를 확보하고 잔여재산 배분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사례는 해외 거주 재외국민이 국내에서 증여받은 자금으로 외국 대도시 호화주택을 현금으로 샀지만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은 경우다. 국세청이 현지 과세당국과의 공조로 해당 주택을 압류하자, 체납자가 곧바로 자진 납부 의사를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성과를 발판으로 체납자가 전 세계 어디에도 발붙일 수 없도록 국가 간 경계 없는 철저한 국제공조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공정한 세정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