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영연방 가평전투 참전 75주년을 기념하며 육군 제66보병사단, 호주 육군 미수습 전쟁사상자 지원국(UWC-A), 호주 왕립연대 제3대대와 함께 6·25전쟁 당시 실종된 호주군 유해를 찾는 공동 발굴 작업에 착수한다. 이번 발굴은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상징적인 행보로, 오는 4월 27일부터 5월 22일까지 경기도 가평군 북면 목동리 일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발굴 일정은 4월 24일 열린 영연방 참전 75주년 기념식과 연계해 정해졌다. 기념행사 직후인 27일에 별도의 개토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시작되며, 이를 통해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헌신을 되새기고자 한다. 현장에는 국유단의 전문 인력 10명이 투입되며, 호주 측에서는 UWC-A의 조사·감식관 등 4명과 가평전투 참전 부대인 호주 왕립연대 제3대대 소속 장병 6명이 협력한다. 또한 가평읍에 주둔한 육군 제66보병사단은 장병 80여 명을 지원해 발굴 작업을 뒷받침한다. 이 사단은 매년 참전 기념행사를 지원해온 바 있어 이번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국유단과 호주 UWC-A는 이번 발굴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는 지역 주민의 구체적인 제보와 역사적 전사 기록의 일치성에 기반한다. 특히 2019년 한 주민이 "1960년경 산에서 목격한 유해의 군복 단추에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라고 적혀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으며, 해당 지점은 가평전투 당시 호주 왕립연대 제3대대가 중공군과 치열한 백병전을 벌인 격전지로 확인됐다. 이러한 증언은 유해 수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양국의 협력은 2019년 체결된 '한국전쟁 실종자 관련 협력에 대한 대한민국 국방부와 호주 국방부 간의 양해각서(MOU)'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데서 시작됐다. 이후 국유단은 2021년 자체 추가 조사를 통해 실종자 소재를 좁혀갔다. 2022년 호주는 이 MOU를 바탕으로 '한·미 조사분야 실무협조회의'에 참관국으로首次 참석했으며, 2023년 회의에서는 가평전투 호주군 실종 사례를 공식 안건으로 올렸다. 당시 호주 측은 수색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국유단의 조사 성과를 공유한 2024년 한·호주 공동 조사에서 마침내 현장 발굴 합의에 도달했다.
이번 발굴의 주요 대상은 영연방 제27여단 소속 호주 왕립연대 제3대대(3rd Battalion, The Royal Australian Regiment)의 윌리엄 K. 머피 상병(CPL William K. Murphy)이다. 가평전투의 주역이었던 그는 1951년 4월 23일부터 25일까지 벌어진 전투 중 실종됐다. 영연방 제27여단은 영국 미들섹스대대(1st Battalion, The Middlesex Regiment), 캐나다 프린세스 패트리샤 제2대대(2nd Battalion, Princess Patricia's Canadian Light Infantry), 뉴질랜드 제16포병연대(16th Field Regiment, Royal New Zealand Artillery)로 구성된 연합부대였다.
이 부대는 1951년 4월 강원도 화천군 사창리 일대에서 국군 제6사단을 격퇴한 후 가평을 거쳐 서울로 진격하던 중공군 제60·118사단을 저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영연방 제27여단의 활약은 중공군의 '4월 대공세'를 막아 세우는 계기가 됐으며, 아군의 안전한 퇴로 확보와 수도권 방어 시간을 마련해 연합군의 승리를 위한 기틀을 다졌다. 가평전투 당시 호주군은 29명이 전사하고 3명이 포로로 잡혔으나, 수색작전으로 전사자 28명을 수습하고 포로 3명도 귀환했다. 머피 상병만이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가평전투 유일의 호주군 실종자로 남아 있다.
현재 6·25전쟁에서 미수습된 호주군 전사자는 총 42명(육군 22명, 해군 2명, 공군 18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41명은 북한 지역이나 비무장지대(DMZ)에 위치해 접근이 어렵지만, 머피 상병은 남한 측 가평 지역에 있어 수습 가능성이 높은 유일한 사례다. 이 점에서 이번 발굴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미 수습된 호주군 28명의 유해는 부산 재한유엔기념공원에 안장돼 있으며, 머피 상병 유해가 발견될 경우 전우들과 함께 이곳에 안장될 예정이다.
호주 육군 UWC-A의 크레이그 포먼 소령(MAJ. Craig Foremen)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호주의 참전군인을 찾는 것은 국가의 부름에 응답한 영웅들에 대한 당연한 예우"라며 "42명 전원을 수습할 때까지 국유단과 긴밀히 공조하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국유단 역시 2019년 MOU 체결 후 첫 현장 공동 발굴인 만큼, 축적된 조사 결과를 총동원해 머피 상병 유해를 수습하고 유엔기념공원 안장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이번 공동 발굴은 한·호주 간 한국전쟁 실종자 협력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며 미수습자 수습 노력을 지속하는 가운데, 가평전투 75주년은 양국 우호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