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차량 내장재 표면처리 입찰에서 담합한 2개 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25억 9,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은 에스엠화진과 한국큐빅이다. 이들 업체는 2020년 9월부터 2023년 4월까지 현대·기아차가 발주한 스포티지, EV9, 싼타페, EV3, 팰리세이드 등 5개 신차종의 내장재 표면처리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합의한 혐의를 받는다.
차량 내장재 표면처리는 대시보드, 센터 콘솔, 도어트림, 핸들 등 실내 부품의 표면을 물리·화학적 공법으로 가공해 내구성과 미관을 높이는 공정이다. 특히 이번 사건의 핵심인 수압전사 공법은 패턴이 인쇄된 필름을 물에 띄워 잉크를 전사하는 방식으로, 복잡한 곡면에도 균일한 질감을 구현할 수 있어 고급 차량에 주로 사용된다.
수압전사 공법 시장에서 두 업체의 합계 점유율은 100%에 달한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에스엠화진은 약 42.6%, 한국큐빅은 약 57.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과점 체제를 유지해 왔다.
담합은 2020년 초 에스엠화진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에스엠화진은 2017년 이후 경영난으로 현대·기아차 물량을 거의 수주하지 못하다가 2020년 6월 경영이 정상화되자 실적 회복이 시급했다. 반면 한국큐빅은 생산 능력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에스엠화진이 저가 투찰에 나설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이에 에스엠화진이 담합을 제안하고 한국큐빅이 이를 수용하면서 공모가 성립됐다.
두 업체는 입찰 전 낙찰예정자를 정하고 투찰가격을 합의했다. 스포티지, EV9, 싼타페, EV3 등 4개 차종은 에스엠화진이, 팰리세이드 차종은 한국큐빅이 각각 수주하기로 사전에 약속했다. 실제 입찰 결과도 합의대로 진행돼 에스엠화진이 4건, 한국큐빅이 1건의 낙찰을 받았다. 구체적인 투찰단가를 보면 스포티지는 에스엠화진이 1대당 33,767원, 한국큐빅이 39,858원을 써내 에스엠화진이 낙찰됐다. EV9은 각각 74,840원과 77,581원, 싼타페는 28,149원과 30,622원, EV3는 8,257원과 9,902원으로 에스엠화진의 투찰가가 낮았다. 팰리세이드는 에스엠화진이 33,535원, 한국큐빅이 31,840원을 투찰해 한국큐빅이 낙찰자로 선정됐다.
현대·기아차의 입찰 평가 방식은 투찰가격(30점), 개발능력(20점), 기타(10점) 등 총 60점 만점으로, 가격 항목이 약 46%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사전에 투찰가를 합의하면 낙찰자를 사실상 조정할 수 있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해당 시장에서 100%의 점유율을 가진 업체들 간 은밀한 담합을 적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전·후방 산업 연관효과가 큰 중간재·부품 분야의 담합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시 엄정 대응할 계획이다.
과징금은 에스엠화진에 16억 3,200만 원, 한국큐빅에 9억 5,900만 원이 각각 부과됐다. 두 업체는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8호(입찰담합)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