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인도가 최근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나프타(석유화학 원료의 일종)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번 협력은 지난 한·인도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뤄졌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인도 석유천연가스부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구체적인 후속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장관은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한-인도 에너지·자원 안보 공동선언문'을 기반으로 최근 고조된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번 공동선언문은 중동 전쟁 이후 우리나라가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해 추진한 최초의 정상급 양자 협력 선언으로 평가된다.
인도는 우리나라의 5대 나프타 수입국으로, 지난해 기준 13억 달러(약 211만 톤) 규모의 나프타를 공급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인도에 윤활유 기유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로, 지난해 9억 달러(약 115만 톤)를 기록했다. 이처럼 양국은 석유·화학 산업에서 긴밀한 공급망 관계를 유지해 왔다.
또한 한국은 세계 3위(293억 달러), 인도는 4위(150억 달러)의 LNG(액화천연가스) 수입국이다. 두 나라는 모두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의 주요 소비국이면서 동시에 국제 가스 가격 변동과 공급 불확실성에 취약한 공통 현안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은 크게 세 가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첫째, 나프타와 석유화학 원료의 상호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하기로 했다. 특히 최근 이란 전쟁 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둘째, 주요 LNG 소비국으로서 글로벌 가스 시장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구매자의 입장을 시장에 효과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 셋째, 인도가 수송 분야 자립을 희망하는 점을 감안해 조선 분야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산업부는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을 위해 인도산 나프타 물량을 확보하고 중장기 공급 협력 체계를 구축해 달라고 인도 측에 요청했다. 현재 인도석유공사(IOCL)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과 한국 기업 간 나프타 거래를 위한 민간 차원의 협의가 진행 중이며,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아울러 향후 인도의 경제 성장으로 수요가 늘어날 석유화학 제품에 대해 우리 기업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해 양국이 서로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조선 분야에서는 현대화, 인력 양성, 기술 파트너십 강화 등을 통해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양국 부처는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가 구체적인 비즈니스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 내 실무진 협의를 통해 협력 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번 '한-인도 에너지·자원 안보 공동선언문'은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 실현을 위한 공동 비전을 재확인하고, 최근 정세로 인한 에너지·자원 공급망 우려를 공유하는 데서 출발했다. 양국은 나프타 등 핵심 석유화학 원료의 개방적 교역 유지, 주요 에너지 자원 공급망 협력, LNG 소비국 협력, 에너지 안보를 위한 해양 인프라 협력을 핵심 합의 사항으로 포함했다.
앞으로 양국은 에너지 공급망 회복 탄력성 강화, 역내 협력 심화, 에너지 전환 가속화, 개방적 에너지 교역을 위한 역내 파트너 국가와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은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양국이 상호 의존성을 강화하고 공동 위기에 대응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