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시간대 전기요금은 낮추고, 저녁 시간대는 높이는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이 오는 4월 16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3월 13일 공개한 개편안을 이날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은 전력 소비 패턴을 변화시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개편안의 핵심은 그동안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적용되던 최고요금(최대부하)을 중간요금(중간부하)으로 낮추고, 오후 6시부터 9시까지의 중간요금을 최고요금으로 올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낮 시간대 전기 사용량이 많았던 기업들은 요금 부담이 줄어들고, 저녁 시간대 사용량을 줄이면 더 큰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봄과 가을철 주말이나 공휴일 낮 시간(오전 11시~오후 2시)에는 전력량 요금의 50%를 할인해준다. 정부는 이를 통해 낮에 태양광이 생산한 전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저녁 시간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의존도를 낮춰 중동 전쟁 등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개편안은 우선 국가 전체 전력 소비의 약 46%를 차지하는 산업용(을)과 전력 수요 조정이 상대적으로 쉬운 전기차 충전 전력에 적용된다. 산업용(을)은 시간대별로 요금이 달라지는 대규모 전력 사용 사업장이 대상이며, 소규모 공장 등에 적용되는 산업용(갑)은 다른 일정으로 추후 적용된다. 개편안 마련 과정에서 산업계의 추가 준비 기간 요청을 반영해, 산업용(을) 소비자를 대상으로 지난 3월 23일부터 4월 10일까지 유예 신청을 받았다. 한국전력공사는 알림톡, 안내 우편, 지역 사업소를 통한 개별 안내 등으로 신청 절차를 적극 홍보했다.
유예 신청 결과, 산업용(을) 전체 소비자의 약 1.3%에 해당하는 514개 사업장(잠정)이 개편안 적용 유예를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식료품(60호, 해당 업종의 1.9%), 1차 금속(55호, 2.3%), 비금속 광물(49호, 1.9%) 순으로 나타나, 특정 업종에 집중되기보다는 개별 기업의 전력 소비 상황에 따라 신청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유예를 신청한 기업들은 오는 9월 30일까지 조업 시간 조정 등 준비 과정을 거친 뒤, 10월 1일부터 개편안이 적용된다.
전기차 충전 요금에도 주말 할인 혜택이 도입된다. 개편안 시행 이후 첫 주말인 4월 18일부터 봄과 가을철(3~5월, 9~10월) 주말과 공휴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전력량 요금의 50%를 할인한다. 주택이나 회사에 설치된 '자가소비용 충전소'(전국 충전소의 약 43%인 9만 4000여 개소)는 4월 18일부터 바로 할인을 적용받아 킬로와트시(kWh)당 40.1원에서 48.6원 할인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운영하는 '공공 급속충전기'(전체 급속충전기의 24%인 1만 3000여 개)에서도 같은 날부터 할인이 시작되며,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2시에는 kWh당 48.6원,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42.7원이 할인된다. 일부 민간 충전 사업자도 이번 주말 할인 정책에 동참할 예정으로, 정부는 참여 업체 목록을 공개해 할인 정책을 독려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안은 산업용(을)과 전기차 충전 전력 외에도 다른 전력 종별로 순차 확대된다. 산업용(갑)Ⅱ, 일반용(갑)Ⅱ, 일반용(을), 교육용(을) 등 계절·시간대별 요금이 적용되는 다른 종별은 추가 준비 기간을 고려해 오는 6월 1일부터 개편안이 적용될 예정이다. 주택용에 대해서도 계절·시간대별 요금제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이미 제주도에서는 2021년 9월부터 주택용 계절·시간대별 요금제 선택이 가능했으며, 육지에서도 주택용 히트펌프를 설치한 가구는 지난 4월 1일부터 해당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수급 상황 변화를 반영해 합리적인 전력 소비를 유인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안의 세부 요금표를 보면, 자가소비용 충전소의 경우 저압 기준 봄·가을철 경부하 시간대(오후 10시~오전 8시)는 kWh당 85.4원, 중간부하(오전 8시~오후 3시)는 97.2원, 최대부하(오후 3시~오후 9시)는 102.1원이다. 할인이 적용되는 시간대(오전 11시~오후 2시)는 중간부하에 해당해 전력량 요금의 50%를 깎아준다. 충전 사업자용 요금표는 선택형으로 나뉘며, 공공 주차장형, 아파트형, 마트형, 단일단가형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기본요금과 전력량 요금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공공 주차장형(저압, 선택1)의 봄·가을철 중간부하 요금은 kWh당 97.2원으로 자가소비용과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