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로 인해 벼 농사에 큰 피해를 주는 키다리병 원인균을 한 번에 찾아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습니다. 국립종자원(원장 양주필)은 벼 키다리병의 주요 원인 곰팡이 4종을 배양 과정 없이 종자 단계에서 동시에 신속하게 검출하는 ‘종자 유래 Fusarium 4종 동시다중진단법’을 개발하고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습니다.
벼 키다리병은 푸사리움(Fusarium) 속 곰팡이에 의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종자전염병입니다. 감염된 종자는 발아가 잘 되지 않고, 자라도 쓰러지기 쉬우며 생육이 떨어져 수확량이 크게 줄어듭니다. 최근 기온 상승, 강수 패턴 변화, 고온다습한 기간 증가 등 이상기후로 인해 병 발생 양상이 달라지고 원인균 분포도 바뀔 가능성이 커지면서, 종자 단계에서의 조기 발견과 관리가 중요해졌습니다.
기존에는 병원균을 직접 배양해 현미경으로 형태를 관찰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병원균을 정확히 구별하기 어렵고, 검사자의 숙련도에 의존해야 하며 시간과 노동력이 많이 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병원균을 배양하지 않고 종자나 식물체 추출액을 중합효소 연쇄반응(PCR)으로 바로 분석해 키다리병을 진단합니다. PCR은 특정 DNA 부분을 반복적으로 복제해 수백만 배로 증폭시키는 기술로, 일반 PCR은 DNA 추출 과정이 필요하지만 이 진단법은 별도의 DNA 추출 없이 바로 검사할 수 있어 획기적입니다.
특히 이 기술은 벼 키다리병의 주요 원인균 4종(Fusarium fujikuroi, Fusarium proliferatum, Fusarium verticillioides, Fusarium andiyazi)을 한 번에 찾아내는 다중 중합효소연쇄반응(Multiplex PCR)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 개별 진단 방식보다 검사 시간이 83% 단축됐습니다. 기존에는 품종당 검사에 6일이 걸렸지만 이제는 1일이면 충분합니다. 정확도도 기존 현미경 검사 60%에서 99~100%로 약 40% 향상됐습니다.
국립종자원 양주필 원장은 “벼 키다리병은 식량안보를 위해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할 종자전염병”이라며 “앞으로도 농업인이 신뢰할 수 있는 종자 관리 기술 혁신에 앞장서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진단 기술이 농업 현장에 보급되면 품질이 우수하고 건강한 벼 종자를 신속하게 공급하는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존 진단 방법은 종자를 치상한 뒤 6일 동안 배양하고 현미경으로 관찰해야 했습니다. 반면 새 기술은 종자를 마쇄한 후 추출액을 바로 PCR 분석해 하루 만에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PCR 결과는 밴드 형태로 나타나며, 각 밴드가 어떤 균사인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기술 개발로 종자 검사 과정이 크게 간소화돼, 농업 현장에서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병해충 관리가 가능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