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시량 믿고 샀는데..." 4개중 1개는 내용량 부족

시중에서 판매되는 화장지, 과자, 우유 등 정량표시상품 4개 중 1개는 실제 내용량이 포장에 적힌 표시량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 실시한 시판품 조사 결과, 조사 대상 1,002개 상품 중 251개(25.1%)의 평균 내용량이 표시량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일부 제조업체가 법적 허용오차 범위 내에서 의도적으로 내용량을 낮춰 포장하는 관행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행 '계량에 관한 법률'은 실제 내용량이 표시량보다 일정 범위(법적 허용오차)를 초과해 적게 포장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법적 허용오차를 넘어선 상품은 전체의 2.8%(28개)로 법적 기준 자체는 대부분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문제는 허용오차 안에서 평균적으로 표시량보다 적게 채워 넣는 사례가 광범위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500g'이라고 표시된 제품이 개별 포장마다 490g, 495g, 505g 등으로 오차 범위 내에서 변동하더라도, 평균이 500g보다 낮으면 소비자는 계속해서 손해를 보게 된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평균량 기준'을 도입하기로 했다. 현행 제도는 각 제품이 법적 허용오차만 지키면 되지만, 앞으로는 개별 제품의 허용오차와 함께 전체 생산분의 평균 내용량이 표시량 이상이 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이를 포함한 '계량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다.

또한 정량표시상품 시장 규모가 약 400조 원에 달하는 데 비해 연간 조사 물량이 1,000개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시판품 조사 규모를 연간 1만 개 이상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중국은 2023년 약 2만 8,000개, 독일은 약 6만 개, 일본은 2024년 약 16만 개를 조사한 것과 비교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조사 규모는 매우 적은 수준이다.

이번 조사는 소비자 생활과 밀접한 4개 유형으로 나눠 진행됐다. 취약계층에 영향이 큰 쌀, 라면, 우유 등 기초생활물품, 유가공품·음료·간편식·화장지 등 소비자 밀접 상품, 조미료·주류·유기농 식품 등 용량 대비 고가 상품, 냉동수산물 등 정량 관리가 까다로운 상품이 대상이었다. 조사는 대형마트, 지역마트, 온라인몰에서 직접 구매한 제품을 표본으로 삼았다.

품목군별로 법적 허용오차를 초과한 상품 비율을 보면, 냉동수산물(생선류·어패류)이 9.0%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해조류 7.7%, 간장·식초류 7.1%, 위생·생활용품 5.7%, 콩류 5.3% 순이었다. 특히 냉동수산물의 부적합 사례는 모두 냉동해산물에서 발생해, 냉동 과정에서의 중량 관리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평균 내용량이 표시량보다 적은 품목군은 음료류 및 주류가 44.8%로 가장 높았다. 즉, 음료나 술 제품 10개 중 4개 이상은 평균적으로 표시된 양보다 덜 들어 있는 셈이다. 다음으로 콩류 36.8%, 우유 32.4%, 간장 및 식초 31.0%, 과자류 및 빵류 27.5%, 합성세제 27.3%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품목은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생필품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반면 곡류, 조미 반찬류, 쌀가루 등은 평균 내용량이 표시량보다 부족한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곡류는 7.5%, 조미 반찬류와 쌀가루·보리가루 등은 부적합 사례가 전혀 없었다. 이는 대량 생산되는 곡물류의 경우 포장 공정이 상대적으로 정밀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기술표준원 김대자 원장은 "정량표시상품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라며 "평균량 개념 도입과 사후관리 강화를 통해 생활 필수품의 내용량이 정확하게 유지되도록 하여 민생안정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법 개정과 함께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홍보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표시된 중량이나 용량을 신뢰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음료, 우유, 과자 등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제품에서 평균 내용량 부족 현상이 두드러진 만큼, 정부의 제도 개선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으로 평균량 기준이 도입되면 업체들은 개별 제품의 오차뿐 아니라 전체 생산분의 평균까지 관리해야 하므로 소비자 보호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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