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개발은행(ADB)이 4월 10일 발표한 '2026년 아시아경제전망(ADO)'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다. ADB는 내년 경제성장률 역시 1.9%로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ADB는 한국 경제의 성장 요인으로 반도체 산업 호조에 따른 수출 증가, 금리 인하의 지연 효과로 인한 점진적인 소비 회복, 반도체·국방·바이오 등 전략 분야에 대한 정부 지출 확대 기대 등을 꼽았다. 다만 중동 지역 갈등과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 인공지능(AI) 수요 변동성, 급격한 반도체 업황 변화에 따른 하방 리스크가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2.3%, 내년 2.0%로 각각 제시됐다. 올해 물가 전망은 지난해 12월 대비 0.2%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ADB는 중동 갈등으로 인한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원화 약세, 전자제품 가격 상승 전망 등이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정부의 유류세 인하와 연료 가격 상한제 등 물가 안정 노력이 급격한 상승을 억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전망은 중동 갈등이 1개월 이내에 안정화된다는 '조기 안정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분석됐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정부의 재정 정책 효과는 반영되지 않아 실제 성장률은 전망치와 다를 수 있다고 ADB는 덧붙였다.
ADB는 이번 경제전망부터 국가 분류 체계를 새롭게 도입했다. 한국은 싱가포르, 홍콩, 대만과 함께 기존의 '개발도상국(DMC)'에서 '선진아태국(AAP)'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개발도상국 분석에서는 제외된다. ADB는 이번 변경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다른 국제기구와 유사한 분류 체계를 갖추고, 보다 효율적인 지역별 분석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개발도상국 전체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5.1%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전망보다 0.5%포인트 상향된 수치다. 내년 성장률도 5.1%로 같을 것으로 예상된다. ADB는 견실한 내수 시장과 안정적인 노동시장, 공공 인프라 지출 증가, 완화적인 국가 정책 등이 높은 성장 전망을 뒷받침했다고 분석했다. 개발도상국의 올해 물가상승률은 3.6%로 지난해 12월 전망보다 1.5%포인트 높아졌으며, 내년은 3.4%로 소폭 둔화될 전망이다.
다만 ADB는 중동 갈등이 올해 3분기까지 장기화될 경우 개발도상국의 올해 성장률이 4.7%로 낮아지고, 물가상승률은 5.6%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에너지 공급 차질 가능성을 반영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