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월 재정 운용 결과, 세금이 걷힌 돈(총수입)은 늘었지만 써야 할 돈(총지출)도 함께 증가하면서 관리재정수지는 여전히 적자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획재정부가 9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2026년 4월호'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누계 총수입은 121조6000억 원으로 1년 전(103조 원)보다 18조6000억 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총지출도 128조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16조7000억 원) 대비 12조 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7조1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사회보장성기금 수지(6조9000억 원 흑자)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14조 원 적자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17조9000억 원 적자)과 비교하면 적자 폭이 3조9000억 원 줄어들어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소폭 개선된 모습이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 장기적인 미래 지출을 위한 연금·보험성 기금의 영향력을 배제한 수치다.
국세수입, 반년 만에 10조 원↑…증권거래세·부가세 호조
2월까지 걷힌 국세수입은 71조 원으로 전년 동기(61조 원)보다 10조 원 증가했다. 세목별로 보면 부가가치세가 4조1000억 원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는 환급이 줄어든 데다 수입액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거래세도 1조2000억 원 증가했는데, 주식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난 데다 올해부터 증권거래세율이 인상(코스피 0→0.05%, 코스닥 0.15→0.20%)된 점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소득세는 2조4000억 원 늘었다. 취업자 수 증가에 따른 근로소득세 증가와 부동산 거래량 증가에 따른 양도소득세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교통세는 유류세 탄력세율이 부분 환원(휘발유·경유 인하 폭 축소)되면서 3000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고, 법인세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진도율(올해 본예산 대비 2월 누계 집행률)은 18.2%로 예년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세외수입은 14조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조3000억 원 증가했는데, 이는 일반회계 내 재산수입(토지·건물 매각 등)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기금수입은 36조1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3조3000억 원 증가했으며, 사회보장기여금과 재산수입이 고르게 증가한 모습이다.
총지출 128.7조 원…이전지출이 절반 이상 차지
2월까지 집행된 총지출은 128조7000억 원으로 본예산(727조9000억 원)의 17.7%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12조 원 증가한 규모다. 성질별로 보면 복지·보조금 등 국민에게 직접 돌아가는 '이전지출'이 104조6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인건비는 9조1000억 원, 도로·건물 등 자산취득 비용은 8조5000억 원이 각각 사용됐다.
회계별로 보면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포함한 '예산' 지출이 97조3000억 원(진도율 20.2%), 기금 지출이 31조4000억 원(진도율 12.7%)을 기록했다. 특히 일반회계 예산 지출은 76조8000억 원으로 진도율 19.9%를 보이며 연초부터 집행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가채무 1312.5조 원…한 달 새 26.5조↑
2월 말 기준 중앙정부의 국가채무는 1312조5000억 원으로 전월(1286조 원)보다 26조5000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1268조1000억 원)과 비교하면 44조3000억 원 늘어난 규모다. 채무 증가의 주요인은 국채 발행이다. 국고채 잔액이 1200조9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22조1000억 원,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잔액이 34조7000억 원으로 4조7000억 원 각각 늘었다.
차입금과 국고채무부담행위는 각각 1조5000억 원, 1000억 원 수준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정부는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지속하고 있으며, 올해 국고채 발행 한도는 225조7000억 원이다.
국고채 금리 상승…외국인 자금 이탈
3월 국고채 시장에서는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552%로 전월(3.041%) 대비 0.511%포인트 상승했고, 10년물도 3.879%로 2월(3.446%)보다 0.433%포인트 올랐다. 이는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3월 한 달간 국고채 발행 규모는 21조2000억 원(경쟁입찰 19조 원)으로, 1∼3월 누계 발행량은 62조 원(개인투자용 국채 포함)에 달한다. 이는 연간 발행 한도의 27.2% 수준이다. 평균 조달금리는 3.50%로 전월(3.40%)보다 상승했지만, 응찰률은 230%로 전월(250%)보다 낮아져 시장의 매수 심리가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
한편 3월 외국인은 국고채를 순매도하며 보유 잔액이 7조 원 감소한 303조9000억 원을 기록했다. 외국인 국고채 보유 비중은 25.4%로 전월(26.0%)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국유재산 1401.5조 원…토지·유가증권 증가 주도
2월 말 현재 정부가 보유한 국유재산은 1401조5000억 원으로 전월(1400조8000억 원)보다 7000억 원 증가했다. 행정재산(청사, 도로, 하천 등 공공용 재산)은 1025조6000억 원, 일반재산(매각·대부 가능한 재산)은 375조9000억 원이다. 일반재산 중 유가증권이 329조6000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토지는 41조 원에 달했다.
2월 중 국유재산과 관련된 수입은 1172억 원으로 전월(2231억 원)보다 1059억 원 감소했다. 매각대 수입이 893억 원, 대여료가 246억 원, 변상금이 33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각 부처의 국유재산 취득액은 1조4139억 원, 처분액은 1조1113억 원이었다.
보증채무·정부출자도 소폭 증가
2월 말 보증채무 잔액은 16조5000억 원으로 전월(15조8000억 원)보다 7000억 원 증가했다. 한국장학재단채권 보증이 10조9000억 원, 공급망안정화기금채권 보증이 5조6000억 원을 차지했다. 정부출자금은 191조6807억 원으로 전월보다 1419억 원 늘었다. 한국수자원공사(1044억 원)와 한국도로공사(230억 원) 등에 대한 출자가 증가한 영향이다.
월간 재정동향은 기획재정부가 매달 발간하는 재정 통계자료로, 국세수입, 재정수지, 국가채무, 국채시장, 국유재산 등 주요 재정 지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번 4월호는 2월 말 기준 실적을 담고 있으며, 기획재정부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