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원청의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 여부를 처음으로 판단했다. '사용자성'이란 원청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해 임금이나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지 여부를 말한다. 이번 판단은 노동부가 마련한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에 따라 이뤄졌으며, 교섭의제별로 원청의 구체적인 지배·결정 여부를 검토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노동부는 신청인의 주장을 바탕으로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노동조합 의견을 청취하는 등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했다. 판단지원위원회는 개별 사안에서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교섭의제별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검토하고 자문했다. 노동부는 이 자문 결과를 토대로 국세청 민간위탁업체와 태권도진흥재단 자회사라는 두 사례에 대해 각각 다른 결론을 내렸다.
먼저 국세청 사례를 살펴보면, 국세청은 전화상담 업무를 민간업체(수탁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업무에 필요한 운영장소, 시설, 장비를 모두 수탁업체에 제공했으며, 종사자 복리후생 시설의 관리·개선 필요성이 제기될 경우 개선 여부와 범위, 시기를 실질적으로 국세청이 결정해왔다. 또한 감정노동자 보호조치는 수탁업체의 의무로 규정되어 있지만, 고객응대에 필수적인 전산시스템과 전화상담망 등 핵심 인프라는 국세청이 배타적으로 관리·운영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수탁업체가 민원 응대 방식이나 운영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결정·변경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동부는 '작업환경 및 감정노동자 보호조치 개선'이라는 교섭의제에 대해 국세청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제출된 자료가 불충분해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하거나 추가 검토가 필요한 교섭의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판단을 유보했다.
반면 태권도진흥재단 자회사 사례에서는 사용자성을 부정했다. 해당 자회사는 인사, 조직, 운영 전반에서 재량과 자율성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제출된 자료상 모회사가 자회사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이 제시한 '직접고용 전환'이나 '모 회사와 동일한 복리후생 적용' 등의 교섭의제에 대해 모회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앞으로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를 중심으로 사용자성 판단기준을 보다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장의 법적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원청과 하청 노사 간 교섭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도해나갈 예정이다. 이번 판단은 향후 유사 사례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