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원유 공급 불안이 심화되면서 정부가 산업계의 에너지 절약을 강력히 독려하고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4월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에너지절약을 위한 기업·경제단체 협력회의’를 열고, 주요 석유 다소비 업체들이 연간 95만 6000배럴의 석유를 줄이기로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최근 중동전쟁으로 인해 우리나라 원유안보위기가 ‘경계’ 단계까지 격상된 상황에서 마련됐다. 국내 에너지 총사용량의 약 60%를 산업 부문이 차지하고 있어, 산업계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회의에는 석유를 많이 쓰는 상위 50개 업체 가운데 ‘KEEP30’ 협약에 참여 중인 15개 기업이 자리했다. KEEP30은 2022년 30대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시작한 에너지효율 목표 협약이다. 참여 기업들은 2024년 에너지사용량 기준으로 약 1.73%인 61만toe의 에너지를 감축한 바 있으며, 특히 석유류 사용은 3.3%를 줄여 연간 13만toe를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석유 물량으로 환산하면 95만 6000배럴에 이른다.
기업들은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우선 가동하지 않는 설비를 조기에 철거하고, 대형 기기의 운전을 최적화해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막기로 했다. 냉난방과 조명 관리, 장비와 차량의 공회전 금지 등 기본적인 절약 수칙도 철저히 지키기로 했다. 이와 함께 에너지 회수 설비, AI 자율제조시스템, 폐열 발전기 등 고효율 절약 시설에 조기 투자해 공정 효율을 높일 방침이다.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 LED 조명 교체, 중장비와 차량의 전기·하이브리드 전환도 추진한다.
폐열 활용도 주요 과제다. 열교환기를 세척하거나 신규 열교환기를 도입하고, 용해로와 용융로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적극 회수해 재사용할 계획이다. 공기압축기, 모터, 버너, 보일러 등 핵심 설비는 고효율 기기로 교체하고, 운전 변수를 최적화해 에너지 손실을 줄이기로 했다. 생산 공정에서는 가동 스케줄을 조정하고, 전력 피크 시간대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방전해 전력 계통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 같은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지원할 예정이다. 목표를 달성한 기업에는 에너지 절약 시설 설치 융자를 우선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제2차관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동참하려는 의지를 확인했다”며 “위기 상황에서 에너지 효율 향상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며, 곧 또 다른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산업계가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가 민간 기업의 에너지 절약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계획도 함께 소개됐다. 참여 기업들은 기존 절감 사례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인센티브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