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복잡한 서류와 긴 처리 기간에 발목 잡혀 토지 개발을 포기하는 일이 줄어들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6월 5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토지 개발행위 인허가 가능 여부를 사전에 진단해주는 'AI 기반 통합인허가 사전진단 서비스' 개발 사업의 합동 착수보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AI 민생 10대 프로젝트'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AI 기술을 빠르게 도입해 국민이 직접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농지·산지 전용, 건축 허가 등 토지 개발행위를 하려면 200여 개에 달하는 법률과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따라야 한다. 건축 허가만 해도 23개, 공장 설립은 최대 36개에 이르는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민원인이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행정 절차를 마칠 때까지 보통 2개월에서 길게는 12개월까지 소요되는 실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AI 기반 통합인허가 사전진단 서비스는 토지 정보와 각종 인허가 관련 법령·행정 절차를 AI가 분석하고 진단하는 체계를 갖춘다. 국민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토지에서 개발행위가 가능한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장 근교 귀촌을 준비하는 직장인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람이 출퇴근 가능한 지역에 330㎡(약 100평)의 농지를 구매해 66㎡(약 20평) 규모의 주거용 건축물을 짓고 나머지 면적은 텃밭으로 사용하려는 조건을 시스템에 입력하면, AI가 토지 면적, 지형, 규제, 법령 데이터를 분석해 적합한 후보지를 제시한다. 또 AI의 사전 진단과 맞춤형 인허가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행정 절차를 준비할 수 있게 된다. 각종 부담금과 예상 소요 기간까지 미리 확인할 수 있어 자신의 예산에 맞는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해진다.
이 서비스는 디지털 트윈 국토 기반의 공간정보와 AI 기술을 융합해 구현된다. AI 에이전트는 개발 대상 토지의 용도지역, 건폐율·용적률, 행위 제한 등 관련 법령과 조례 기준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여기에 민원인의 질문 의도까지 파악해 필요한 인허가 절차와 검토 사항을 상세히 안내해준다.
서비스는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2026년 12월 4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 이후 2027년 6월에는 10개 지자체로 확대해 서비스를 점검한 뒤, 같은 해 하반기에는 모바일 앱을 포함한 전국 자치단체 대상 대국민 서비스와 공무원 지원 서비스를 전면 개시할 계획이다.
특히 지자체별 도시관리계획 결정 고시 등으로 토지 용도가 변경되는 경우 시스템에 자동으로 반영되도록 할 방침이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주민들의 개발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해 서비스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번 서비스가 도입되면 국민 스스로 인허가 절차를 사전에 점검하고 예상되는 제한 사항과 필요 절차를 확인할 수 있어 민원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허가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사전심사 청구 기간이 대폭 줄어들고, 담당 공무원이 검토해야 할 복잡한 법령과 다수 기관 협의 기간도 단축된다. 이에 따라 민원 준비와 인허가 처리 기간이 30% 이상 줄어들고, 연간 약 75억원의 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 이대섭 국토정보정책과장은 "AI 기술을 활용해 국민이 보다 쉽고 빠르게 인허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디지털 트윈 국토와 DX·AX 혁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 체감형 AI 서비스를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업은 총 107억원(국비 80억원, 민간 27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2026년 4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진행된다. 주관사는 AI 기업인 비아이메트릭스가 맡았고, 공동사업자로 웨이버스와 아이씨티웨이(공간정보 기업)가 참여한다.
AI 민생 10대 프로젝트는 이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 생활을 개선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I를 활용해 농산물 가격 동향을 분석하고 소비자 위치 기반 최적 구매처와 대체 식재료를 추천하는 'AI 농산물 알뜰 소비정보 플랫폼'을 개발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주변 데이터를 기반으로 업종을 추천하고 사업장 운영 방법을 알려주는 '소상공인 AI 창업·경영 컨설턴트' 서비스를 추진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 인체 적용 제품의 맞춤형 안전정보를 제공하는 '인체적용제품 AI 안전 지킴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국가유산청은 시간, 공간, 언어의 제약 없이 맞춤형 해설을 제공하는 '국가유산 AI 해설사' 서비스를 개발한다.
국세청은 AI 기반 전화·챗봇 상담을 통해 영세 납세자를 지원하는 'AI 국세정보 상담사' 서비스를, 경찰청은 챗봇으로 민원에 즉시 답변하는 '모두의 경찰관' 서비스를 추진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보이스피싱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공유해 탐지부터 피해구제까지 원스톱으로 대응하는 '보이스피싱 원스톱 대응 플랫폼'을 구축한다.
여성가족부는 온라인 성착취 모니터링을 확대하고 SNS상 청소년 위기 상황을 분석해 상담 등으로 연계하는 '아동·청소년 위기 대응' 서비스를, 해양경찰청은 항공 촬영 영상 기반으로 불법 어선과 조난자를 식별하는 '해양 위험 분석 AI'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