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가 아닌 목적으로 식욕억제제를 무분별하게 처방해 온 의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적발됐다. 식약처는 경기 용인시의 한 가정의학과 의사 A씨가 비만이 아닌 환자 24명에게 마약류인 펜터민과 펜디메트라진 성분의 식욕억제제를 치료 목적을 벗어나 과다·중복 처방하거나, 진료 없이 처방전만 발급한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9월 식약처가 마약류 전담 수사팀을 구성한 이후 의료진의 마약류 불법 처방에 대해 형사 조치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식약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의사 A씨가 장기간 식욕억제제를 처방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후 의사 등 외부 전문가의 의학적 타당성 검토를 거쳐 오남용이 의심된다고 판단,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섰다.
수사 결과, 의사 A씨는 2019년 1월 29일부터 2026년 1월 24일까지 약 7년간 체질량지수(BMI)가 20 내외인 환자 24명에게 식욕억제제를 총 907회에 걸쳐 5만 2,841정을 처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BMI는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일반적으로 18.5~24.9는 정상, 25~29.9는 과체중, 30 이상은 비만으로 분류된다. 식욕억제제는 허가사항상 BMI가 30 이상이거나, 고혈압·당뇨 등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BMI 27 이상인 외인성 비만 환자에게 단기간 체중 감량 보조요법으로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특히 의사 A씨는 비만이 아닌 환자들이 식욕억제제를 계속 요구한다는 이유로 147개월 동안 1만 7,363정을 장기간 과다 처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직접 진료 없이 접수대에서 바로 마약류 처방전을 발급하거나, 처방 기간보다 조기에 방문한 환자에게 중복 처방하는 등 중독성이 강한 마약류를 불법적으로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식약처는 이번 적발을 계기로 마약류 불법 처방에 대한 감시와 수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을 지속하고, 의료계와 협력해 마약류 오남용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일반 국민도 마약류 처방을 받을 때는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고, 허가된 용법과 용량을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