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2026년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FDI)가 64.1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64.0억 달러) 대비 0.1% 증가한 수치로,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투자 흐름을 유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통계는 신고기준에 따른 것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기업에 자본을 유입하거나 신규 설립한 법인에 자금을 투자한 금액을 포함한다.
올해 1분기 외국인투자 유입은 제조업과 지식기반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부품 등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가 지속됐으며, 특히 미국과 유럽계 투자자들이 주요 참여자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등 지식집약형 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관심이 높았다. 이는 한국의 기술 인프라와 숙련 인력에 대한 신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국가별 투자 동향을 보면 미국이 22.3억 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어 싱가포르(11.7억 달러), 일본(6.5억 달러), 중국(4.8억 달러), 독일(3.9억 달러) 순이었다. 미국의 투자는 주로 반도체 설비 투자와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에 집중됐고, 싱가포르는 기술 기반 핀테크 및 바이오 분야에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투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다소 감소했으나, 주로 전기차 부품과 소재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참여가 확인됐다.
투자 형태별로는 신규 투자가 38.5억 달러(60.1%), 증자가 25.6억 달러(39.9%)를 차지했다. 신규 투자는 주로 외국 기업의 한국 내 법인 설립이나 생산 기지 구축에 사용됐으며, 증자는 기존 외자기업의 설비 확충이나 기술 도입에 활용됐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21.4억 달러로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했고, 서울(15.2억 달러), 충청권(9.8억 달러), 부산·경남권(6.1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경기도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첨단 산업단지 개발이 투자 유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이번 외국인투자 실적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투자 환경에 대한 외국인들의 신뢰를 반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K-반도체 전략,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 육성, 디지털 뉴딜 정책 등이 외국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세제 혜택, 규제 완화, 행정 지원 등 종합적인 투자 유치 프로그램도 성과에 기여했다.
산업부는 향후 외국인투자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투자 유치 전담 조직을 강화하고, 주요 투자국 대상으로 맞춤형 투자 설명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외국인 투자기업의 현장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외투기업 지원 핫라인’ 운영을 지속하고, 투자 승인 절차의 디지털화를 통해 행정 처리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특히, 첨단 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지역에는 인허가, 인프라, 인력 등 종합 지원 패키지를 제공해 투자 유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여전히 글로벌 투자 유치 경쟁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의 탄소국경세(CBAM)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도전도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단기적인 투자 유치뿐 아니라, 장기적인 산업 생태계 조성과 규제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한국은 기술력과 인프라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한 규제 운영이 지속돼야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연간 외국인직접투자 목표를 260억 달러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민관 합동 투자 유치 전략회의를 수시로 개최할 예정이다. 주요 글로벌 기업과의 투자 협의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해외 투자 유치 전시회와 글로벌 포럼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산업 고도화 흐름 속에서 한국이 핵심 투자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