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징비(懲毖), 스스로 징계하여 후환을 없앤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강릉산림항공관리소장 김정길 씨가 2026년 봄철 산불조심기간을 앞두고 '징비(懲毖)'의 가치를 되새기는 기고문을 통해 산불 대응의 교훈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대형 산불의 아픔을 딛고 새롭게 준비된 산림항공본부의 역량을 소개하며, 국민과 산림청의 협력이 산불 예방의 열쇠라고 밝혔다.

김정길 소장은 2016년 산림교육원에서 신임 실무자들에게 공직자로서 읽어야 할 책으로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 백범일지, 난중일기, 사기 등을 추천한 경험을 회상했다. 군 재직 시절 젊은 장교들에게 '징비록'을 선물하곤 했던 그는 최근 지방산림청으로 이전하는 젊은 공직자에게도 이 책들을 선물하며 후배 양성에 힘썼다. 이러한 일화는 산불 대응의 본질이 단순한 기술적 준비가 아닌 정신적 각성에 있음을 상기시킨다.

2025년 봄철 산불기간은 한국 산림 역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됐다. 3월 21일 산청과 하동 산불에 이어 22일 경북 안동과 의성 산불이 발생하며 역대급 규모의 화마가 휩쓸었다. 2022년 3월 4일 경북 울진 산불은 소광리 황장목을 지켜내며 10여 일간의 사투를 벌였으나, 당시 최대 산불로 여겨졌던 이 불이 2025년 안동·의성 산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았음이 드러났다. 특히 2025년에는 헬기 2대가 추락하는 등 공무원과 국민의 많은 희생이 발생했다. 김 소장은 극한 기상 조건이 대응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분석하며, 이러한 아픔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은 동해안 지역에서 반복되는 대형 산불을 겪어왔다. 2005년 양양 산불로 낙산사가 소실됐고, 2019년 강원 고성과 강릉 옥계 산불, 2022년 강릉 옥계·동해·삼척 원덕 산불, 2023년 강릉 난곡동 산불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역사적 재난은 산불이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국가적 위기임을 보여준다.

2026년 봄철 산불조심기간을 맞아 산림항공본부는 2025년 산불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준비를 마쳤다. 국산 수리온 헬기에 야간 영상촬영 장비인 TK-8을 추가 장착했으며, 1만 리터 용량의 대용량 담수를 자랑하는 CH-47(시누크) 헬기를 새로 도입했다. 2025년 대구 함지산 산불에서 처음 야간 실전에 투입된 수리온 2대, S-64 1대, 그리고 신규 CH-47까지 총 5대가 야간 산불 대응에 투입될 수 있도록 장비를 완비했다. 여기에 해외 임차 헬기 5대를 전국에 추가 배치해 총 화력을 강화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2025년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구체적 대책이다.

김정길 소장은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을 통해 산불 대응의 철학을 설명했다. 1604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7년간의 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징비(懲毖)'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시경(詩經)'에서 유래한 이 말은 "지난 잘못을 징계해 후환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불과 몇 년 후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에서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항전하다 잠실에서 삼배구고두례의 치욕을 당한 역사는 교훈만으로는 부족함을 일깨운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실수할 수 있지만, 산림항공본부는 2025년 대형 산불의 아픔을 계기로 2026년 새로운 각오로 재무장했다.

그렇다면 2025년 안동·의성 산불 같은 대형 산불을 막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김 소장은 국민의 산불 발견 시 즉시 119나 산림청에 신고하는 의식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동시에 산림청과 산림항공본부는 신고 확인 즉시 강력한 초동조치를 펼쳐야 한다. 압도적이고 과잉 대응을 통해 불의 확산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징비록'의 정신처럼 스스로를 돌아보고 대비하는 자세가 산불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길이다. 2026년 산불조심기간, 산림항공본부의 준비된 역량과 국민의 협력이 어우러진다면 역대 최악의 재난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산불 예방은 모두의 몫이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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