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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단상] AI 시대의 독서: 읽지 않는 시대, 왜 다시 책인가

 보험단상  AI 시대의 독서: 읽지 않는 시대, 왜 다시 책인가

보험단상 AI 시대의 독서: 읽지 않는 시대, 왜 다시 책인가

지하철을 타면 풍경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낀다. 10년 전만 해도 책을 펼쳐 든 승객들, 종이 신문을 넘기는 중년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모두가 스마트폰 화면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짧은 영상과 간편한 뉴스 요약, 빠르게 스크롤 되는 SNS 피드 속에서 우리는 어느새 정보를 '읽는' 것이 아닌 '훑어보는' 시대를 살고 있다.

최근 나는 700페이지에 달하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완독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 역시 한동안 독서를 멀리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유튜브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훨씬 편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문득 책장에 꽂힌 '코스모스'가 눈에 들어왔고, 다시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독서가 사람의 사고를 얼마나 깊이 확장시키는지, 그리고 그 힘이 얼마나 귀한지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 매출은 약 2조2524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얼핏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이는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 디지털 매체의 성장을 포함한 수치다. 종이책 판매량만 놓고 보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독서 시간의 변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가장 최근 자료인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43.0%로 10년 전 보다 크게 낮아졌다.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특히 20대의 독서율은 45.7%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으며, 이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오히려 독서와 더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간 평균 독서량은 종이책과 전자책을 합쳐 3.6권에 불과하고,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은 23분에 불과했다. TV 시청 시간(2시간 이상)이나 스마트폰 사용 시간(3시간 이상)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독서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얼마전 '유퀴즈'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한 서울대 신종호 교수는 “책은 단순한 학습적 도구를 넘어 종합적인 사고력과 문해력을 길러주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독서는 뇌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효과가 있다. 2013년 미국 에모리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소설을 읽을 때 뇌의 언어 처리 영역뿐 아니라 감각 운동 피질까지 활성화되어 마치 주인공이 된 듯한 경험을 한다. 이는 영상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할 때와는 전혀 다른 능동적 인지 과정이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연구진도 문학 작품을 정독할 때 혈류량이 증가하며 집중력과 비판적 사고력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나는 '코스모스'를 읽으며 우주의 광대함 앞에서 인간의 위치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칼 세이건은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자연과학을 넘어 인문학적 사유로 확장시킨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문명 발전의 이유를 지리학, 생물학, 역사학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하며 우리 사고의 차원을 넓혀준다.

이러한 깊이 있는 책들이 주는 통찰은 3분짜리 영상이나 10줄짜리 요약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다. 700페이지를 천천히 읽어가며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는 그 과정 자체가 사고력을 단련시킨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공지능(AI)이 발전할수록 독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생성형 AI는 정보 검색과 요약을 척척 해내지만, 그것이 진정한 이해나 통찰은 아니다. AI가 생성한 답변은 정확할 수 있지만, 맥락을 깊이 이해하거나 새로운 질문을 던지지는 못한다.

독서는 AI 시대의 핵심 역량을 길러준다. 첫째, 사고의 깊이와 비판적 사고력을 강화한다.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며 동의하고 의문을 품으며 다른 지식과 연결 짓는 과정에서 정보를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키운다. 둘째, 문화적·인문학적 소양을 증진시킨다. 역사, 철학, 과학을 넘나들며 통합적 세계관을 갖게 되고, 이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공감과 소통 능력으로 이어진다. 셋째, 자기주도적 학습의 동력이 된다. 스스로 책을 고르고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평생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

독서의 가치는 보험업계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보험은 본질적으로 신뢰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산업이다. 고객은 복잡한 보험 상품을 이해하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AI 챗봇이 상담을 대체하고, 빅데이터가 언더라이팅을 자동화하는 시대에 보험 전문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바로 여기서 독서가 주는 통찰이 빛을 발한다.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길러진 비판적 사고력, 고객의 상황을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능력, 윤리적 판단력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전문가의 핵심 역량이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인생을 함께 설계하는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학습과 사유가 필요하며, 그 출발점은 바로 독서다.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생각의 가뭄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AI가 답을 제공하는 시대일수록 필요한 것은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며, 그 능력은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서만 길러진다.

오늘 저녁,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장에 꽂힌 책 한 권을 꺼내보면 어떨까. 그것이 비록 10페이지에 그친다 하더라도, 그 10페이지는 우리의 생각을 확장시키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깊게 만들어 줄 것이다.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을 인간의 본질적 힘은 바로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는 능력이며, 독서는 그 힘을 기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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