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과 영상 콘텐츠에 익숙한 현대인의 정보 습득 방식이 전통적 독서 문화를 점차 대체하고 있다.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에서 책을 펼친 모습은 거의 사라졌고, 대신 짧은 영상과 SNS 콘텐츠를 스크롤하는 시각이 늘어났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서점 매출은 약 2조2524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지만, 이는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 디지털 콘텐츠의 성장 덕분이다. 종이책 시장은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으며,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43.0%에 그쳤다.
특히 20대의 독서율은 45.7%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은 23분에 불과하며, 이는 TV 시청이나 모바일 사용 시간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일수록 종이책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연구들은 여전히 종합적 사고력과 비판적 사고 훈련에 있어 책 읽기의 독보적 역할을 강조한다. 미국 에모리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소설 독서는 뇌의 감각 운동 피질을 자극하고 집중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인지적 이점은 인공지능 기반 정보 제공 환경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생성형 AI는 정보를 빠르게 요약하고 제공할 수 있지만, 맥락 이해나 독창적 사고를 대체하지는 못한다. 책을 통해 형성되는 사고의 깊이, 문해력, 윤리적 판단력은 인간 고유의 역량으로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나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와 같은 저서는 과학과 역사, 철학을 아우르며 독자의 사유 체계를 재편성한다. 이러한 통합적 사고는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보험업계는 이러한 지적 역량의 가치를 심층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시점을 맞이했다. 보험은 본질적으로 장기적 신뢰와 복잡한 리스크 판단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AI는 언더라이팅 자동화나 상담 응답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있지만, 고객의 삶의 맥락을 이해하고 윤리적 결정을 내리는 데는 인간의 통찰이 여전히 핵심이다.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길러진 비판적 사고와 통합적 사유는 이러한 전문성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정보의 양이 아닌 질을 중시하는 시대일수록, 책은 생각의 깊이를 회복하는 중요한 도구로 재조명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