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의료기기 변경허가 제도를 네거티브 리스트(부정목록)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변화는 의료기기 기업들의 기술 혁신을 신속하게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로, 2026년 3월 3일 의료기기정책과가 배포한 보도참고 자료에서 구체화됐다. 기존 제도에서 모든 변경 사항에 대한 사전 허가를 요구하던 포지티브(긍정목록) 방식을 벗어나,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한적 항목만 허가를 받도록 하는 네거티브 전환을 통해 규제 부담을 대폭 줄인다.
의료기기는 인공심장, 인공관절, MRI 기기 등 생명과 직결된 제품들로, 제조·판매 후에도 성능 개선이나 부품 교체 등 변경 시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포지티브 방식은 변경 유형을 세부적으로 나열해 허가 대상을 지정하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업들이 불필요한 행정 절차에 시간을 소모하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네거티브 전환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되며, 대부분의 경미한 변경은 사후 신고나 심지어 허가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다.
네거티브 리스트에 포함될 항목은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직접 영향을 주는 핵심 변경으로 한정된다. 예를 들어, 주요 부품의 물리적 특성 변화나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의 근본적 수정처럼 환자 건강에 위험이 될 수 있는 경우만 사전 허가를 요구한다. 반대로, 디자인 개선이나 부수적 기능 추가 등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신고만 하면 된다. 식약처는 이 제도를 통해 연간 수천 건의 허가 신청 처리 시간을 단축하고,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정책 변화의 배경에는 국내 의료기기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 심화가 있다. 최근 AI 기반 진단 기기나 웨어러블 헬스케어 제품처럼 첨단 기술이 쏟아지면서, 빠른 시장 출시가 경쟁력의 핵심이 됐다. 그러나 기존 규제는 혁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기업들이 해외로 개발 기반을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식약처는 네거티브 전환으로 '안전 확보와 혁신 촉진'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보도참고 자료에 따르면, 전환 후 허가 처리 기간이 기존 60일에서 30일 이내로 단축될 가능성도 있다.
구체적인 시행 일정은 관련 법령 개정 후 확정되지만, 2026년 상반기 내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전 설명회를 열어 제도 이해를 돕고,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선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또한, 사후 관리 강화를 병행해 변경 후 이상 사례 발생 시 신속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 이는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조치로, 혁신과 안전의 선순환을 도모한다.
전문가들은 이 변화가 의료기기 산업에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네거티브 전환은 선진국 규제 기관의 추세를 따르는 합리적 선택"이라며, "기업들이 국내에서 더 적극적으로 혁신할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 FDA나 유럽 CE 마크 제도도 유사한 네거티브 접근을 채택해 산업 성장을 이끌었다. 국내에서도 이 제도가 정착되면 수출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보도참고 자료를 통해 기업과 국민에게 제도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료기기 사용 국민들은 변경허가 간소화로 더 안전하고 고성능 제품을 빠르게 만날 수 있게 되며, 궁극적으로 의료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책 브리핑 시스템을 통해 배포된 이 자료는 공공누리 출처표시 조건으로 자유 이용 가능하다.
이처럼 식약처의 네거티브 전환은 의료기기 분야 규제 혁신의 상징적 조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법령 개정과 세부 지침 마련 과정에서 업계 의견 수렴이 이뤄질 예정이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제도의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는 한국 의료기기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