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사주 소각 의무화, 보험주 재평가 되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으며, 향후 배당 및 자사주 정책이 주주 친화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증권시장에서는 주요 보험사 주가가 동반 강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돼 있던 보험주가 정책적 호재를 만나 시장의 주목을 받는 모양새다.
자사주 1년 내 소각 의무화… 주주환원 기대 최고조
주가 급등을 견인한 핵심 동력은 단연 상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이다. 해당 개정안에는 상장사가 새로 취득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의무화하고, 기존 보유분은 법 시행일로부터 1년 6개월 안에 전량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여 남아있는 주식의 주당순이익(EPS) 및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자본시장에서 직접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그동안 국내 대다수 보험사들은 수조원에 달하는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주주가치 제고에 활용할 수 있는 자사주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미래에셋생명의 자사주 비중은 26.3%에 달하며 DB손해보험(15.2%), 한화생명(13.5%), 삼성화재(13.4%), 현대해상(12.3%) 등 주요 보험사가 10% 이상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자사주가 강제 소각되면 고질적인 저평가가 해소되고 주주가치가 제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본업 실적 악화 뚜렷… 성장 동력 정체 ‘우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보험사들의 본업 성적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점은 장기적인 주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손해보험업계의 고질적인 과제인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상승은 현재 진행형이며, 생명보험업계 역시 저출산 및 고령화 여파로 새로운 성장 동력인 신계약 창출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결국 보험 본업에서 발생한 영업 손실이나 부진을 자산운용을 통한 일시적인 투자손익으로 메우는 수익 구조가 점차 고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전문가들은 단순한 자사주 소각을 넘어, 무엇보다 ‘본업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대감 선반영 ‘주의’… 본업 경쟁력 회복 필수
실제로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직후인 지난달 24일, 주주환원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인식 속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보험사 주가가 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상승과 자동차보험 손익 악화, 예실차 부진 등 본업의 부담 요인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냉정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0일 발표한 시황 분석 보고서에서 최근의 보험주 동반 상한가 현상에 대해 “증권주 신고가 랠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 분야 내 보험 업종으로의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책적 호재가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보험산업 전체의 주가를 기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지난달 23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이번 보험주 주가 급등은 보험사 실적이나 업황과는 무관하다”며 “보험사 예실차 부진과 신계약 둔화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상법 개정이 보험주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은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본업 경쟁력을 신속히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명확한 자본 정책과 여력을 갖춘 우량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