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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AI는 금융소비자의 무기가 될 것인가

1년 전, 2025년 1학기 첫 수업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세대는 인공지능(AI)을 모르면 안 됩니다.

배우고 익혀서 활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불과 6개월 뒤, 2학기 개강에서는 말을 바꾸게 됐다. “저를 포함해 우리 세대는 AI를 모르면 안 됩니다.” 그 사이 무엇이 달라졌을까.

기술 발전과 적용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AI는 더 이상 전공자의 영역이 아니다.

생성형 AI를 과제에 활용하고, 보고서를 정리하고, 글을 윤문하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일상의 도구가 됐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서 근무하던 시절, 머신러닝 모델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개월간 데이터를 수집·전처리하고 알고리즘을 반복 튜닝하던 경험과 비교하면 지금의 생성형 AI는 이미 기계학습의 과정들을 넘어선, 다른 차원의 기술이다.

이제는 코드를 얼마나 잘 짜느냐보다 질문을 얼마나 정교하게 던지느냐가 곧 경쟁력이 됐다. AI 서비스 집계 플랫폼 툴리파이(Toolify)에 따르면 2026년 2월 현재 459개의 카테고리에서 2만8000개가 넘는 AI 서비스가 출시돼 있다.

산업·교육·의료·금융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AI가 기본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변화는 산업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개인의 삶에서도 분명히 체감된다.

최근 딸이 박리성골연골염 진단을 받고 연골 줄기세포 재생 수술을 앞두게 됐다. 수술비는 비급여 재료와 방식에 따라 700만원에서 1400만원까지 차이가 났다.

의료진 설명과 포털 만으로는 보호자가 시술 방식을 판단하기 쉽지 않았다. “좋은 것으로 해달라”는 말 외에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생성형 AI인 퍼플렉시티(Perplexity)에 외과의 역할을 부여하고, 특정 시술 방식의 장단점을 비교해 달라고 요청했다. 환자의 연령 조건까지 추가하자 비교표 형태의 답변과 참고 자료가 제시됐다.

무료 서비스만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AI 서비스를 통해 비전문가도 전문적인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임을 실감했다.

물론 AI의 답변이 의사의 진료를 대체할 수는 없다. 오류 가능성도 있고, 맥락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정보 접근의 문턱이 급격히 낮아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전문가 집단이 향유하던 지식과 정보에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리서치를 넘어 정보 비대칭 구조의 균열을 의미한다. 이 경험은 단순한 의료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대출 상품을 비교하고, 보험 약관을 분석하고, 투자 상품의 위험 요인을 정리하는 일은 일반 소비자에게 여전히 쉽지 않다.

정보는 넘치지만, 구조화된 이해는 어렵다. 그동안 금융회사는 이러한 복잡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AI가 일상화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소비자는 스스로 약관을 요약하고, 금리 조건을 비교하며, 수수료 구조를 분석할 수 있다.

예금과 대출, 보험과 투자, 카드와 결제 서비스까지 하나의 맥락에서 통합적으로 질문하고 답을 얻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는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변화다.

금융회사 역시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보험사는 인수심사와 지급심사 자동화를, 은행은 신용평가와 리스크 관리 고도화를, 금융지주는 데이터 통합 기반의 고객 분석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 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 RPA)를 넘어, 의사결정 보조 기능을 수행하는 에이전틱(Agentic) AI 단계로의 이동도 가시화되고 있다. 내부 효율성 측면에서의 생산성 개선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변화의 방향이다. AI가 비용 절감 수단에만 머문다면 또 다른 비대칭을 만들 수 있다.

반대로 고객의 이해를 돕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된다면, 이는 금융산업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AI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금융소비자와 그렇지 않은 소비자 사이의 격차는 점차 벌어질 것이다.

동시에 AI를 전략적으로 도입하는 금융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 간의 경쟁력 차이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은 중립적이지만, 활용 방식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자동화된 머신러닝(Automated Machine Learning, AutoML)을 통해 비즈니스와 업무를 이해하고 있는 현업 담당자를 시민데이터과학자(Citizen Data Scientist, CDS)로 키우고자 하는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AI는 도구일까, 동반자일까.

그 선택은 개인의 역량뿐 아니라 은행과 보험, 금융지주의 미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준비의 속도가 곧 격차가 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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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보험신문 ✓ 협약 승인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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