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 코스피 6000 시대 필요한 금융 기초 체력
“월세 250만원, 시세차익 2억원… 최고의 재테크!”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다 보면 이런 문구가 적힌 부동산 투자 전단지를 심심치 않게 본다. 흥미로운 점은 해당 전단지에 구체적인 건물이나 지역명은 없고, 자극적인 홍보 문구와 연락처만 남겨져 있다는 것이다. 손바닥만 한 전단지가 담아낸 내용은 수익에 대한 기대감뿐이었다.
주식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지난달 25일 장중 6000선을 돌파하며 이례적인 상승 곡선을 이어가고 있는데,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다시 보는 듯한 위기감이 스친다. 기업의 실질적 가치가 충분히 평가된 결과인지, 또 다른 과열의 신호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부동산 자산 중심이던 자본 흐름이 투자 시장으로 다변화되는 시점이라는 기대와도 뒤섞여 있다.
국민 피해가 심각했던 캄보디아 취업·감금 사기 사건도 마찬가지다. ‘취업하면 월 수천만원을 주겠다’는 고수익 보장 문구에 이끌려 범죄에 휘말린 피해자들을 두고 대중 반응은 엇갈렸지만, 사회 경험이 적은 이들이 고수익 제안의 비현실성을 분별하기 어려웠다는 점에 대한 안타까움도 적지 않았다.
‘모든 투자에는 투자자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문구는 금융상품 광고 마지막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러나 그 책임을 감당할 준비를 과연 우리 사회가 충분히 마련해 두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공교육 과정에서 체계적인 경제·금융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사회에 진출한 세대는 적지 않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을 보낸 이들이 시니어가 돼 스마트폰 교육을 받는 것처럼, 금융 역시 사후(事後) 학습에 의존해 온 측면이 있다. 사기를 당한 뒤, 투자에 실패한 뒤, 빚을 진 뒤에야 학습의 필요성을 깨닫는 구조였다.
이 같은 현실에서 2026년 새 학기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선택과목으로 ‘금융과 경제생활’을 배우게 된다는 소식은 반갑다. 과거 거시경제 개념 위주였던 ‘경제’ 과목과 달리, 새 과목은 저축·투자·위험관리 등 실생활과 직결된 내용을 담는다. 숫자와 이론을 암기하는 경제가 아니라 선택의 결과를 이해하는 경제를 배우는 셈이다.
월세 250만원이라는 문구 앞에서 ‘수익 원천이 무엇인지’를 따져 보는 습관, 코스피 6000 시대에 현혹되기 전 ‘왜 오르는지’를 묻는 힘, 고수익 제안을 받아들이기 전 ‘위험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태도. 이러한 질문을 떠올릴 수 있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금융을 생활의 일부로 이해하고, 책임의 무게를 배우는 과정이 반복돼야 한다.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라는 말은 냉정하다. 그러나 그 책임을 감당하려면 사회가 최소한의 판단 기준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금융과 경제생활’ 교육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새 학기, 새로운 마음으로 경제 현실을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눈을 갖게 되길 기대한다. 나아가 이들이 사회인이 됐을 때 투자 열풍에도 휩쓸리지 않고 사기 문구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의 선택을 스스로 설명하고 책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모든 금융의 기반은 신뢰다. 그 신뢰는 제도에서 시작돼 개인의 판단력에서 완성된다. ‘금융과 경제생활’이 단순한 과목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금융문화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