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카슈랑스 판매비중 완화, 은행ㆍ보험 제휴구도 ‘재편 신호’
금융당국이 은행 창구에서 판매할 수 있는 보험상품 비중 규제를 완화하면서 방카슈랑스 시장 구조가 다시 한 번 변곡점을 맞고 있다. 생명보험은 50%, 손해보험은 75%까지 특정 보험사 상품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우리은행을 포함한 5대 은행의 방카 전략과 제휴 구도가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
■ 제도 요약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정례회의에서 금융기관보험대리점(방카슈랑스) 판매비중 제한을 완화하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내용 변경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은행은 동일 보험사 상품을 생명보험은 최대 50%, 손해보험은 최대 75%까지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계열사 쏠림 방지를 위한 장치는 유지된다. 금융회사와 같은 계열에 속한 생명보험사의 판매 비중은 25%, 계열 손해보험은 33% 상한이 그대로 적용되며, 풍수해·지진재해보험 등 정책성 보험의 모집 실적은 판매비중 산정에서 제외된다.
아울러 판매 규제 완화와 함께 소비자 보호 장치도 병행됐다. 금융위는 보험상품 모집 시 동종·유사 상품 3개 이상을 비교·설명하도록 의무화하고, 관련 운영 기준을 별도 매뉴얼로 제시하기로 했다.
■ 규제를 푼 이유와 정책 배경
당국이 내세운 공식 명분은 ‘소비자 선택권 제약 해소’다. 기존 판매비중 상한으로 인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이 있어도 은행이 비중 한도에 막혀 판매를 중단하거나 다른 상품을 권유해야 하는 사례가 반복됐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번 조치는 2025년부터 추진돼 온 단계적 완화의 연장선이다. 당시 금융위는 방카 판매비중 규제 개선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며 실험적 완화를 시작했고, 운영 결과를 점검한 뒤 단계적으로 상한을 조정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2026년 이번 결정은 그 다음 단계에 해당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조치는 보험상품 모집 과정에서 적용되던 판매비중 규제를 완화해, 금융기관이 특정 보험사 상품에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고 소비자에게 보다 적합한 보험상품을 권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몰아주기’ 논란이 나오는 이유
우리은행을 비롯한 4대 은행은 제휴 보험사별 방카슈랑스 판매비중을 공시하며 형식적으로는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 그러나 공시 자료와 최근 실적을 종합하면, 실제 판매 구조는 지주 계열 보험사나 일부 대형 보험사에 판매가 집중되는 양상이 보인다. 이 때문에 규제 완화가 곧 ‘특정 보험사 몰아주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은행은 생명보험 판매에서 KB라이프 상품 비중이 14.1%로 가장 높았고, 손해보험에서도 계열사(KB손해보험 13.1%) 또는 대형 보험사(농협손해보험 45.3%) 중심의 판매 구조가 나타났다. 신한은행 역시 생명보험 판매에서 신한라이프 비중이 23.9%로 가장 높았으며, 하나은행에서도 하나생명(23.5%)과 하나손해보험(23.3%)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한 우리은행도 생명보험 판매에서 ABL생명(13.8%) 비중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 앞으로 무엇이 달라질까
제도 변경 이후 은행들의 방카슈랑스 영업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판매비중 한도로 인해 특정 시점에 판매를 중단해야 했던 제약이 완화되면서, 상품 ‘진열’ 방식과 추천 구조를 보다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고객 수요에 맞춘 상품 설명과 비교도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전망이다.
반면 특정 보험사로의 쏠림 논란을 피하기 위한 내부통제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과 시장 모두 이번 규제 완화가 특정 보험사 밀어주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상품 비교 설명의 충실도, 판매 과정 기록 관리 등 소비자 보호 요소를 이전보다 전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보험사와의 제휴 관계가 재편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판매비중 상한이 완화되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상품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보험사와의 수수료 조건이나 상품 공급 구조를 둘러싼 협상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변화의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비중 제한과 비교·설명 의무가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특정 보험사를 제외하면 제휴 구조가 급격히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실제 현장에서는 기존 협력 관계가 큰 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