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없으면 안 해요”… MZ가 주도하는 금융의 ‘놀이화’
대한민국 금융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MZ세대가 금융 소비의 핵심 세대로 부상하면서 ‘금리 0.1%’보다 ‘재미(Fun)’와 ‘경험’이 금융 서비스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단순한 기능 경쟁을 넘어 게임적 요소를 결합해 고객 참여를 유도하는 전략, 즉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 확산하고 있다.
저축, 이제는 재밌는 ‘도전’
과거의 저축은 인내의 산물이었지만, MZ세대에게는 도전 과제로 진화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26주적금’은 매주 저축 성공 시마다 화면 속 캐릭터가 하나씩 늘어나는 시각적 보상을 제공하며 저축을 ‘수집 게임’으로 만들었다.
특히 카카오뱅크 ‘기록통장’은 저축의 패러다임을 ‘기록’으로 옮겨왔다. 사용자가 직접 ‘응원하는 팀이 1승을 하면 1만원’, ‘스트레스 받으면 1000원’ 같은 자신만의 저축 규칙을 설정하고,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버튼 하나로 입금하는 방식이다. 입금 시마다 메모를 남길 수 있어, 단순한 통장을 넘어 ‘디지털 다이어리’ 역할을 수행한다.
토스뱅크의 ‘굴비 적금’은 저축할 때마다 화면 속 굴비가 밥상으로 내려와 반찬이 풍성해지는 시각적 재미를 제공하며, 게임 속 퀘스트를 완료하는 듯한 성취감을 부여하고 있다.
수익 넘어 ‘소유의 경험’ 파는 조각투자
투자 영역에서도 MZ세대는 전통적 방식보다 소액 투자와 다양한 디지털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급성장한 조각투자 플랫폼들은 미술품, 음원 저작권 등 고가의 자산을 토큰 형태로 쪼개어 적은 금액 단위로도 소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소유의 만족감’과 ‘수익 경험’을 동시에 제공한다. 이는 자본력이 부족한 청년층도 거장의 그림 지분이나 인기 곡의 저작권료를 받는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심리적 보상을 선사한다.
이러한 투자 경향에서는 단순히 수익률뿐 아니라 커뮤니티 내에서의 경험 공유가 핵심이다. 주식을 1주 미만 소수점 단위로 구매하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재미를 느끼거나, 앱 내 커뮤니티에서 다른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소액으로 대체자산을 소유하는 체험은 참여와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 투자자에게 매력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 데이터도 ‘MBTI’처럼 즐긴다
금융 데이터의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마이데이터(MyData) 서비스 역시 금융 경험을 확장하는 동력이다. 최근 금융사들은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단순히 수치를 나열하는 대신, 사용자의 금융 습관을 하나의 ‘페르소나’로 규정해 제공하는 추세다.
‘지출이 잦은 다람쥐형’이나 ‘치밀한 자산 설계사형’과 같이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된 금융 성향 리포트는 성격 유형 검사(MBTI)에 익숙한 MZ세대에게 콘텐츠로 소비된다.
사용자는 자신의 소비 습관을 분석받고 이를 SNS에 공유하며 타인과 비교하는 과정을 즐긴다. 이러한 전략은 딱딱하게 느껴졌던 금융 관리를 일종의 놀이처럼 인식하게 만들며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 금융 앱은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사용자의 시간을 얼마나 즐겁고 의미 있게 점유하느냐가 생존의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