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 보험은 왜 늘 아는 사람이 팔까
[기자의 눈] 보험은 왜 늘 아는 사람이 팔까
보험은 국민의 생활 안정과 위험 관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금융의 핵심 인프라다. 그러나 현실의 보험은 소비자에게 신뢰의 대상이기보다,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 민원이 잦은 산업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금융시장에서 위험을 흡수하고 가계와 기업을 보호해야 할 보험이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보험산업은 세계 상위권의 시장 규모와 높은 가입률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단기 성과 중심의 영업 관행과 반복되는 불완전판매 논란은 산업 전반의 신뢰를 잠식해 왔다. 금융당국 역시 이를 문제로 인식하고 신뢰 회복과 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보험개혁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논의의 출발점이 보험의 역할과 가치가 아니라, 보험이 만들어내는 문제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을 바라보는 시각의 온도차도 분명하다. 은행권은 보험을 자산 포트폴리오와 리스크 관리의 중요한 축으로 인식하지만, 정책 영역에서는 여전히 물가 부담 요인이나 소비자 민원의 원인으로만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보험이 사회 전체의 위험을 분산하는 안전장치라는 본질보다,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구조가 고착돼 왔다.
보험에 대한 불신은 고착화된 판매 방식에서 시작된다. 정말 좋은 상품이라면 굳이 친인척이 나서서 설명하고 설득할 필요가 없다. 맛집이 그렇다. 억지로 데려가는 곳은 대개 실망을 남기지만, 진짜 맛집은 직원들이 먼저 먹고 손님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난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진정으로 필요한 상품이라면 소비자가 먼저 찾는다. 하지만 현실의 보험은 관계를 매개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필요보다 관계로 체결된 계약은 신뢰로 이어지기 어렵고, 경기 변동 앞에서 가장 먼저 정리되는 대상이 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에 있다. 보험사 내부에서도 자사 상품을 개인적으로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특정 회사나 개별 상품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구조적 한계에 가깝다. 보험사의 핵심 상품 상당수는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한 설계라기보다 회사의 수익 구조에 맞춰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소비자 수요와 괴리가 생기고, 내부 구성원들조차 자사 상품을 선호하지 않는 구조가 반복된다.
이 구조에서는 '좋은 보험'이 살아남기 힘들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낮으면, 결국 소비자에게 필요하지만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상품은 조용히 사라지고, 관계와 설득이 필요한 상품만 남는다. 보험이 신용을 기반으로 작동해야 할 제도임에도, 신뢰보다 영업력에 의존하게 되는 이유다. 극적으로 선택받기 어렵다.
결국 시장을 바꾸는 핵심은 소비자다. 보험이 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관심받고 점검되지 않으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왜곡된다. 소비자가 비교하고 따져보고 선택하는 과정이 반복돼야, 보험사들도 경쟁 속에서 더 나은 상품을 내놓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수익을 창출하는 경제·금융 뉴스는 일상적으로 소비되지만, 비용과 부담을 떠올리게 하는 보험 뉴스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야 주목받는다. 보험이 사회의 위험을 관리하는 핵심 장치임에도, 평상시에는 관심의 주변부에 머무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결국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왜 보험이 이 모양이냐"고 묻게 되지만, 그때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 크다.
보험이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산업과 당국뿐 아니라, 소비자 역시 보험을 '남이 파는 상품'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야 할 안전장치'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