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tGPT와 Gemini가 제시한 2030 금융포트폴리오

ChatGPT와 Gemini가 제시한 2030 금융포트폴리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소비자는 더 이상 스스로 모든 선택을 고민하기보다 '추천을 받아 선택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개인의 고민을 덜려는 2030세대가 늘어나면서, 남·녀 직장인을 내근·외근 직군으로 나눠 보험과 금융상품을 추천받았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실험해봤다.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챗GPT와 제미나이(Gemini)에 2030세대, 연봉 중위권(3500만~4500만원) 직장인을 가정해 보험·은행·증권 상품 추천을 의뢰한 결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향이 나타났다.
■ 닮은 듯 다른 접근법… 설계형 ChatGPT vs 처방형 Gemini
두 AI는 공통적으로 "실손보험으로 의료비 손실을 막고, 암·뇌·심장 등 3대 질병 진단비를 보완한 뒤 직군에 따라 상해·후유장해·배상책임·운전자 리스크를 조절한다"는 기본 구조를 제시했다. 다만 무엇을 먼저 확정하느냐에서 갈림길이 갈렸다. 챗GPT는 보장 구조를 먼저 세운 뒤 그 틀 안에서 회사를 고르는 '설계형' 추천을 보였고, 제미나이는 제도와 비용, 상품 특성을 반영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특정 상품을 제시하는 '처방형'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두 AI 모두 2030세대는 '사망'보다 '병원비·목돈·소득 공백'이 우선이라는 점을 공통분모로 삼았다. 챗GPT는 보험을 '3층 구조'로 정리했는데, 1층은 4세대 표준 실손보험, 2층은 3대 질병 진단비(목돈), 3층은 직업·일상 리스크(상해·후유장해·배상책임·운전자)다. "20대 후반은 치료비 자체보다 회복 기간의 소득 공백과 생활비가 더 필요하다"는 논리로 진단비 중심 설계를 뒷받침했다. 제미나이도 실손이 의료비 실비 보상에 그치는 만큼 투병 기간의 소득 상실을 진단비 위주의 종합보험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봤으며, 미혼 기준으로 사망보장보다 진단비·실손에 집중하라는 점도 동일했다.
실손보험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넓은 위험을 방어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공통적으로 추천했으나 '세대 선택'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챗GPT는 "4세대 실손은 보장 구조가 표준화돼 회사별 보장 차이가 작다"는 전제 아래 선택 기준을 ▲가입 가능 여부(인수) ▲보험료 ▲청구 편의성으로 단순화했다. 실손이 주로 손해보험사 상품인 점을 감안해 대형 손해보험사 3~5곳에 동일 조건으로 견적을 넣고, 가장 저렴하고 청구가 편한 곳을 선택하라고 제시했다.
반면 제미나이는 비용 절감에 무게를 뒀다. "병원 이용이 적은 2030이라면 5세대 실손이 4세대 대비 보험료가 30~50% 저렴해 고정비 절감에 유리하다"며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의 실손을 추천했다. 다만 내근직처럼 도수치료·물리치료 등 비급여 이용 기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4세대가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같은 실손을 두고도 챗GPT는 '4세대 안에서 보험사 비교'를, 제미나이는 '비용 절감을 위한 5세대 우선 제시 후 직업 습관에 따른 선택'을 제시한 셈이다.
■ 외근·내근, 남녀에 따라 달라진 종합보험 설계
성별과 직군에 따른 차이는 종합보험 구성에서 더 분명했다. 외근직은 운전 빈도가 높다는 점에서 남녀 공통으로 운전자보험이 추천됐다. 특히 상해후유장해 담보는 필수로 포함됐으며 골절·깁스·상해수술 등 상해 관련 보장도 함께 제시됐다. 다만 제미나이는 남성 외근직의 경우 상해보장을 별도로 강조하지는 않았다.
유형별 추천 상품을 보면 남성 외근직은 '상해·운전자·후유장해'가 핵심으로 제시됐다. 챗GPT는 삼성화재 'NEW 내돈내산 1640 건강보험'에 운전이 잦다면 DB손해보험 '참좋은 운전자상해보험'을 추가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제미나이는 KB손해보험 '금쪽같은 상해'에 상해후유장해 1억원과 운전자보험을 결합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여성 내근직은 '여성 특화' 상품을 강화한 점이 특징으로 나타났다. 챗GPT는 한화손해보험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 3.0'으로 3대 진단을 기본으로 두고 유방·자궁·난소 등 여성 특화 보장과 질병수술비를 중심으로 '슬림'하게 구성했으며, 암 보강이 필요하면 메리츠보험 '또걸려도또받는암간편한 355보험' 같은 상품을 덧붙일 수 있도록 했다. 제미나이도 한화손해보험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을 통해 여성암·자궁질환·VDT 보장을 담는 구성을 제시했다.
여성 외근직은 상해보장을 기반으로 여성 특화를 더하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챗GPT는 상해 담보와 상해후유장해의 중요도를 높게 두고 3대 진단과 여성 특화를 보강하는 형태로 설정했다. 제미나이는 DB손해보험의 청년종합보험에 운전자보험을 추가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 ISA는 공통, 금융 플랫폼 선택은 극명한 대비
은행·증권 추천에서도 공통분모는 ISA였지만 접근 방식은 달랐다. 제미나이는 "어디가 좋다"를 구체적으로 제시했고 챗GPT는 "어떻게 운용할지"를 먼저 설계했다. 챗GPT는 특정 은행을 지목하지 않고 급여이체·자동이체·대출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주거래 은행 1곳을 정하고, 비상금은 토스·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파킹형 계좌로 분리하라는 식이다. 단기 목돈은 조건형 정기예금, ISA·연금저축·IRP는 수수료·앱 편의성·자동적립·리밸런싱이 편한 증권사 1곳으로 통합 운용하라고 정리했다.
반면 제미나이는 유형별로 구체적인 플랫폼을 명시했다. 남성 내근직에는 하나은행 청년미래적금과 한국투자증권 중개형 ISA(나스닥·반도체 ETF), 남성 외근직에는 NH농협 청년미래적금과 키움증권 ISA를 추천했다. 여성 내근직에는 신한 청년희망적금과 삼성증권 ISA(배당·지수 ETF), 여성 외근직에는 KB국민 청년미래적금과 미래에셋증권 ISA를 제시했다. 특히 남성 외근직에는 "현장 이동이 잦아 접근성이 좋고, 키움증권의 낮은 수수료와 공격적인 매매 환경이 선호된다"는 식으로 근거를 덧붙이며 설득력을 높였다.
그 외 직장인 특화 항목에서도 차이가 났다. 제미나이는 서울·경기 거주자 특화로 기후동행카드·경기패스 연계 카드를 함께 추천하며 교통비 절감 효과를 연간 50만~60만원 수준의 '실질 수익'으로 계산해 포트폴리오에 포함했다. 보험·적금·ISA에만 머무르지 않고 생활비 절감까지 묶어 '가계 총설계'로 확장한 것이다. 반면 챗GPT는 생활비 절감보다 보험·투자 구조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I 발전에 따라 2030세대가 AI를 더 많이 활용해 본인에게 맞는 상품을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하면서도 "AI가 고객과의 대화만으로 과거 질환이나 병력의 특이사항까지 선제적으로 고려하기는 어렵다 보니, 설계가 잘못되거나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