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신념으로 새해를…
쓴맛이 다하면 단맛이 온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는 오랜 세월 한국 사회가 위기의 순간마다 되뇌어 온 말이다. 이는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고통의 시간을 견뎌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믿음에 가깝다.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고진감래는 다시 한번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이하는 다짐의 사자성어이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어려움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좋은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고진감래는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 아니라 견디는 태도와 선택이 미래를 만든다는 신념에 가깝다. 같은 고난을 겪어도 누군가는 좌절 속에 머물고, 누군가는 그 안에서 다음 단계를 준비한다. 차이는 상황이 아니라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2026년 보험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긍정적 전망과 부정적 전망이 공존한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모두 고령화 등 구조적 수요 기반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보장성 보험에 대한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보험사 CEO 대상 설문에서도 상당수가 2026년 국내 경기 상황이 올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기대는 보험사의 사업 계획과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보장성 중심의 상품 설계, 리스크 관리 고도화, 디지털·인공지능(AI) 활용 등을 통해 성장 전략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보험산업은 2029년까지 장기적으로 성장 여지가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반면 부정적인 전망도 만만치 않다. 올해 전체 보험료 성장률은 약 2.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약 1% 증가에 머물고, 손해보험 원수보험료 역시 3.5%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장성 보험 증가에도 불구하고 보험계약마진(CSM) 증가율 둔화가 예상되며, 금리 하락과 손해율 상승이 수익성을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험사들이 자본 관리와 리스크 대응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내수 시장 포화, 자동차보험 등 일부 보험 영역의 저성장 지속, 규제·제도 변화에 따른 비용 부담 역시 산업 전반의 경쟁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 영업 현장에서는 수수료 체계 개편, 판매채널 규제, 상품 혁신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등 일련의 조치가 올해부터 사실상 본격 도입된다. 보험 판매 시스템과 경쟁 구도가 달라지는 일대 변혁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2026년은 보험산업에 있어 ‘변화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변화에 적응해야 살아남는다’는 말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2026년을 맞이하는 보험산업에는 피할 수 없는 숙제이기도 하다. AI로 대표되는 변화의 시대에서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2026년 보험산업은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 변화는 고진감래와 어쩌면 닮아 있다. 막연한 희망 고문이 아니라, 지금의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결단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다.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문제를 직시하며 스스로를 바꾸는 과정이 있어야만 ‘감래’가 된다.
“왜 보험산업에 이런 일이 닥쳤는가”라는 질문에 머물면 고통은 길어지고, “이 시간을 통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로 시선을 바꾸면 변화는 미래의 자산이 된다. 힘든 시기일수록 원칙을 지키고, 쉽게 타협하지 않으며, 오늘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겠다는 다짐이 지금 보험산업에 필요한 덕목이다.
기자는 매년 새해를 맞아 보험산업을 전망하면서 ‘편안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기자수첩을 써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보험인들은 늘 어려움을 극복하며 새로운 시간을 써 내려왔고, 그 결과 한국 보험산업은 세계 7위의 위상을 갖추게 됐다. 기자는 올해도 보험인들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믿으며, 다시 한번 부푼 꿈을 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