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월동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겨울철 평균 기온이 아니라 '기온의 안정성'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농촌진흥청은 전국 40개 양봉장에서 1만 805개 벌무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온 변동성이 큰 지역에서 꿀벌의 생존율이 현저히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Apidologie' 5월호에 게재됐다. 최근 기후변화로 겨울철 한파와 이상고온이 반복되면서 양봉농가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2022~2023년 겨울에는 전국적으로 40% 이상의 벌무리가 폐사하는 등 큰 손실이 발생했다.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 전체 월동 성공률은 69.1%였으며, 성공한 벌무리도 평균 41.3%의 세력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겨울철 평균 기온 자체는 월동 성공과 큰 관련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대신 기온이 급격히 변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된 지역의 벌무리에서 월동 성공률이 눈에 띄게 높았다.
꿀벌은 겨울철에 서로 모여 벌뭉치(봉구)를 형성해 내부 온도를 30도 안팎으로 유지하며 월동한다. 하지만 외부 기온이 반복해서 크게 변하면 벌들은 체온 유지를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저장해둔 먹이도 빨리 소모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에너지 손실이 누적되면 벌무리가 겨울을 버티지 못하고 폐사에 이르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로 겨울철 이상기상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양봉 농가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농촌진흥청 양봉과 한상미 과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외부 기온 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내 월동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양봉농가의 월동 피해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현장 적용 기술 개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진은 최근 3년간 한국, 미국, 캐나다의 자료를 비교한 결과 한국의 경우 2022~2023년 겨울 월동 실패율이 43%로 급증한 반면, 전후 시기에는 30% 미만을 유지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온도 변동성, 영양 스트레스, 응애류 기생충, 여왕벌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