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7월 2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9차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공동의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 회의는 1997년 출범 이후 매년 열리는 정례 회의로, 한국과 아세안 11개국, 아세안 사무국이 참석한다. 올해는 한국과 아세안 관계 대화조정국인 태국이 공동으로 주재했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올해부터 본격 이행에 들어간 '한-아세안 CSP 비전'이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45'와 긴밀히 연계되어 아세안의 미래 발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45'는 지난 5월 채택된 장기 전략 문서로, 향후 20년간 아세안의 방향을 제시하며 '회복력 있고 혁신적이며 역동적이고 사람 중심의 아세안'을 목표로 한다.
조 장관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급속한 기술 전환 등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한국과 아세안이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핵심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CSP 비전의 이행을 통해 양국 관계를 더욱 미래 지향적이고 실질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제안했다.
CSP 비전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C 비전(조력자)'은 한국이 아세안 국민들에게 '고향 너머의 고향'이 될 수 있도록 인적 교류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문화 협력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둘째, 'S 비전(도약대)'은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인공지능(AI), 디지털 경제, 에너지 분야 협력을 바탕으로 혁신 기반의 상생 성장을 추진하는 것이다. 셋째, 'P 비전(파트너)'은 아세안의 우선순위와 안보 수요에 부응해 초국가범죄 대응, 해양안전, 사이버 안보 등 분야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특히 한국은 아세안의 수요가 높은 AI 분야에서 '한-아세안 AI 동행 이니셔티브'를 새롭게 제안했다. 이는 한국의 AI 전 주기 역량을 바탕으로 아세안의 AI 생태계 구축, 연구·인재 양성, 안전한 AI 확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또한 디지털 시대 문화창조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아세안 문화창조산업 이니셔티브'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한국은 아세안 최초의 경찰 및 해경 협력사업으로 '한-아세안 스캠 관련 범죄 대응 및 단속을 위한 협력사업'과 '한-아세안 해양안전 아카데미' 사업을 소개했다. 스캠 범죄 대응 사업은 워킹그룹 회의, 피해자 구출 작전 논의, 안티스캠센터 방문, 데이터베이스 구축, 역량 강화 훈련 등을 포함한다. 해양안전 아카데미는 초청연수와 현지연수를 통해 해양 법집행, 수색구조, 오염방제 등 전문 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조 장관은 2029년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정상회의를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아세안 회원국들의 지지와 협력을 요청했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한국이 제시한 CSP 비전을 환영하고, 지난해 채택된 '2026-2030년 한-아세안 행동계획'을 바탕으로 경제·통상, AI·디지털, 사이버 보안, 문화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 협력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CSP 비전이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45'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며, 구체적 이행 과정에서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조 장관은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함께 성장하는 한반도를 구현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아세안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우리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역내 평화와 안정에도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