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허위로 실험 자료를 꾸미거나, 알려지지 않은 타인의 발명을 베껴 특허를 출원하는 행위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다. 지식재산처는 21일 이러한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한 비정상적 출원을 근절하기 위해 법령과 제도를 대폭 정비한다고 발표했다. 개선안은 특허법에 신의성실 준수 원칙을 신설하고, 거짓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허법에 신의성실 준수 원칙이 새롭게 도입된다. 현재는 특허 출원 시 허위 실험 자료를 포함시키거나 심사관을 속여 특허를 받더라도 문제가 드러났을 때 그 부분만 삭제하면 나머지 특허는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명세서에 허위 자료가 기재된 사실이 발견되면 특허 전체를 무효로 할 수 있도록 정정을 불허하는 방안이 마련된다. 신의칙 위반이 의심되는 경우 출원인에게 거절 이유를 통지하고, 출원인이 스스로 정당한 출원임을 입증하도록 하는 절차도 도입된다.
현행 특허법의 거짓행위의 죄 규정도 손질된다. 기존에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특허결정을 받은 사람만 처벌 대상이었으나, 행위 유형이 모호하고 처벌 범위가 좁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잘 알려지지 않은 타인의 발명을 도용해 특허를 출원해도 이 행위가 거짓행위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특허는 무효가 되어도 행위자는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특허결정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는 처벌할 수 없어 기술자료 도용을 사전에 차단하기 어려웠다.
이에 지식재산처는 처벌 가능한 행위 유형을 구체화하고, 특허결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거짓행위를 반복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다. 형량도 현재의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높여 공무집행방해죄 수준으로 강화한다. 이를 통해 기망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공소시효도 5년에서 7년으로 늘어나게 된다.
편법적 특허출원을 막기 위한 심사 절차도 개선된다. 일부 업체는 주요 기술 분야와 무관한 다른 분야의 구성을 단순히 부가해 심사관을 혼란시키는 수법을 사용해 왔다. 예를 들어 기계 장치 발명을 출원하면서 화학 조성물을 기술적 연관성 없이 덧붙여 특허를 받은 사례가 있다. 앞으로는 이런 단순 복합 기술이 의심되는 출원에 대해 여러 기술 분야 심사관이 함께 심사하는 ‘자문형 협업 심사’가 도입된다. 이렇게 하면 생소한 기술을 이용한 꼼수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이미 등록된 편법 특허에 대해서도 대응이 강화된다. 심사관이 직권으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데, 현재는 무효심판을 청구한 심사관이 이후 특허법원에서의 취소소송까지 직접 대응해야 해 부담이 컸다. 앞으로는 소송 전문 담당관이 이 소송을 전담하도록 개선해 심사관의 부담을 줄이고, 직권 무효심판 활용을 더욱 활성화하기로 했다.
정연우 지식재산처 차장은 “부정하게 특허를 획득하려는 행위는 지식재산 행정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며 “꼼수 특허를 걸러내고 정직한 발명자와 기업의 진짜 기술이 정당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식재산처는 이번 개선안을 위해 연구용역을 7월까지 진행하고, 9월까지 특허법 개정안을 마련한 뒤 입법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발명과 혁신을 가로막는 비정상적 출원 행위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