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이던 남편이 아들에게 중상을 입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서, 피해 아들의 어머니에게 건강보험공단이 치료비 구상권을 청구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정일연)는 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가족 간 다툼으로 발생한 건강보험 급여 비용을 법정 상속인인 배우자에게 청구한 사안에 대해 “피해자의 어머니인 배우자를 구상권 행사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구상금 결정 통보를 취소하도록 의견을 표명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ㄱ씨(여)는 배우자 ㄴ씨(남)와 이혼소송 항소심을 진행하던 중, ㄴ씨가 ㄱ씨의 아들에게 중상을 입히고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건강보험공단은 피해 아들의 치료비 중 공단이 부담한 금액을 가해자인 ㄴ씨에게 청구해야 했지만, ㄴ씨가 사망하자 법정 상속인인 ㄱ씨에게 구상권을 행사했다.
ㄱ씨는 1심 판결 이후 ㄴ씨가 사망했으니 이혼이 확정된 것으로 생각해 상속포기 절차를 밟지 않았다. 하지만 공단은 상속포기를 하지 않은 ㄱ씨가 여전히 법정 상속인이라며 구상금을 청구했다. 이에 ㄱ씨는 “본인은 가해자의 상속인이지만 동시에 피해 아들을 돌봐야 하는 어머니”라며 국민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국민권익위 조사 결과, 건강보험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 사유가 생겼을 때 그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ㄱ씨는 피해 아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가해자의 상속인인 동시에, 아들과 함께 보험 가입의 이익을 누리는 관계(모자 관계)에 있어 구상권 행사의 대상인 ‘제3자’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권익위는 “만약 ㄱ씨에 대한 공단의 구상권 행사를 인정하면, ㄱ씨와 피해 아들에게서 보험 가입의 이익을 빼앗아 결국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해 보험의 효용성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단은 ㄱ씨가 상속포기를 하지 않았으므로 상속인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권익위 조사 과정에서 관할 지방정부가 ㄱ씨에게 이혼이 확정되었음을 전제로 이혼신고 안내문을 보냈고, 관할 법원도 1심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증명서를 여러 차례 발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ㄱ씨가 이혼이 확정됐다고 오인해 상속포기를 하지 않은 데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민권익위 민성심 고충처리국장은 “국민건강보험은 국가공동체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이라며 “보험급여 비용 부담 문제에서 보험재정 절감이나 확보만을 위해 공단에 유리하고 수급자에게 불리하게 규정을 해석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단이 구상권을 행사하기 전에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 타당성을 따져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