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과 기계가 탁구로 겨루는 세상이 현실이 됐다. 한쪽 팔만 달린 로봇이 서브부터 공격까지 모두 수행하며 인간을 제압하고, 골프에서는 홀인원을 단숨에 성공시킨다. 바둑의 경우 10년 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승 1패를 거둔 이후 지금은 인간이 100번을 겨뤄도 모두 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인공지능(AI)이 인간의 고유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보험업계도 근본적인 경쟁력 재정비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연구팀이 1901년부터 2005년까지 노벨상 수상자와 일반 과학자를 비교한 결과, 학점이나 IQ가 수상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대신 예술·취미 활동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음악 참여율은 두 배, 미술은 일곱 배, 공연은 7.5배, 문학 창작 활동은 12배나 높았다. 이는 보험업계의 인재 양성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리스크 분석과 상품 개발에만 집중하는 전통적 접근법으로는 AI와의 경쟁에서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뜻이다.
시카고대학교는 1929년 로버트 허친스 총장이 고전 100권을 필독하도록 하는 ‘시카고 플랜’을 도입해 약 10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반면 국내 한 대기업 총수는 대학 이사장 취임 당시 “학교 이름만 빼고 전부 바꾸겠다”며 교양 교육을 축소하고 회계학을 필수로 지정하는 등 실용성을 강조했다. 이런 대조적인 사례는 보험업계에도 적용된다. 보험 시장의 미래는 단순한 데이터 처리나 업무 효율성 개선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통합적 사고와 창의성에서 나온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본은 2025년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2명 배출하며 물리학 12명, 화학 9명, 생리의학 6명 등 총 27명의 수상자를 보유하게 됐다. 반면 한국은 국제 수학·과학 경시대회에서 최상위권을 휩쓸면서도 과학 노벨상 수상자는 아직 없다. 세계은행과 다트머스대학교 총장을 지낸 김용 전 총장은 그 원인으로 대학 교육에서 인문학과 교양의 부족을 지목했다. “다트머스에서는 이공계 학생도 그림을 배우고, 로스쿨 학생도 스포츠와 음악에 많은 시간을 쓴다”는 그의 말은 보험업계가 인재를 키우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AI가 보험 심사, 청구 처리, 리스크 평가 등 주요 업무에 도입되는 지금, 보험업계의 경쟁력은 더 이상 빠른 연산이나 방대한 데이터 처리에 있지 않다. 오히려 깊은 사유, 넓은 감수성, 서로 다른 영역을 연결하는 창의적 사고가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단순한 디지털 전환을 넘어 교양·인문·예술을 아우르는 융합적 인재 양성 시스템을 구축할 때, AI 시대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