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가 7월 19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가운데, 회의 첫날인 20일 오전 '세계유산에 관한 부산 선언(Busan Declaration on World Heritage)'이 컨센서스(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이번 선언은 의장국인 대한민국이 주도하고, 21개 세계유산위원국과 세계유산위원회 3대 자문기구(ICCROM, ICOMOS, IUCN) 전문가들이 참여해 초안을 작성했다.
우리 정부는 올해 4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협력해 국내 전문가 공청회와 국제전문가 화상회의를 열었고, 5월에는 서울에서 국제전문가 회의를 개최해 폭넓은 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위원국 간 최종 조율 과정을 거쳐 선언 채택 준비를 마무리했다.
부산 선언은 세계유산을 둘러싼 무력분쟁, 기후변화, 개발 압력 등 복합적 도전에 함께 대응하기 위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세계유산협약의 기존 다섯 가지 전략목표(5Cs: 신뢰성, 보존, 역량 강화, 소통, 공동체)에 새로운 전략목표로 '협력(Collaboration)'을 추가할 것을 제안한 점이 핵심이다. 이는 현재의 글로벌 위기가 기존 다섯 가지 목표만으로는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또한 이번 선언은 세계유산 분야 최초로 디지털 전환과 그에 따른 책임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이 세계유산의 식별, 기록, 해석, 접근, 보존, 전승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투명하고 책임 있는 디지털 관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선언문은 다섯 가지 주요 주제로 구성됐다. 첫째, 협력을 통한 협약 이행 강화다. 증거 기반 의사 결정과 자문기구의 기술적 조언을 존중하며, 공동 책임과 지식 공유를 통해 세계유산협약의 효과적 이행을 촉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무력분쟁이나 재난 등 개별 국가의 역량을 넘어서는 위기 상황에서 협력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둘째, 포용적 해석 및 상호 이해다. 세계유산의 해석과 전달은 보존·관리 과정의 일부로서 공적 책임을 수반한다. 따라서 전문적 식견에 기반하고 지역 공동체의 다양한 해석을 포함하는 책임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이를 통해 사회적 결속과 상호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셋째, 공동 책임 및 유산 관리다. 현장 관리자와 관리 당국의 역할을 인정하고, 지속적인 역량 강화와 동료 학습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공동체, 원주민, 문화 전승자 등을 능동적 파트너로 인정하는 포용적이고 권리 기반의 접근을 권장했다.
넷째, 유산·자연·기후 탄력성이다.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긴밀한 상호 의존성을 인식하고,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이 세계유산에 미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통합적 접근을 촉구했다. 전통적 관행을 활용한 적응과 회복력 강화, 그리고 더 넓은 환경·기후·지속가능발전 전략과의 연계를 강조했다.
다섯째, 디지털 책임 및 미래 전승이다. 디지털 기술 활용 시 정확성, 맥락, 포용성, 형평성, 국제인권법 존중 등 윤리적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디지털 접근성 격차 해소와 유산 관련 데이터의 무결성·보안·장기 보존을 위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이번 선언을 계기로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총 12건의 후속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20일 오후 1시 위원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이 계획을 발표했다. 후속 사업은 국가유산청, 부산시, 유네스코, 국내 카테고리2센터(유네스코와 회원국 정부가 협정을 맺어 설립한 국제협력 기관) 등이 협력해 추진한다.
주요 후속 사업으로는 부산 포럼(가칭) 개최(10억 원), 월경유산 보존관리 및 등재 지원(33억 원, 5년간), 태평양 도서국(SIDS)의 지속가능관광 역량 강화(8억 원, 3년간), 남아시아 유적지 관리 지원(9억 원, 5년간), 아프리카 세계유산 등재 역량강화(15억 원, 3년간), 태평양 SIDS 재해·기후위기 유산회복력 구축(8억 원, 3년간), 유산기반 ODA(111억 원, 2026년), 기후변화 및 재난 대비 문화유산 대응력 강화 연구(20억 원, 4년간), 생성형 AI 기반 문화유산 디지털 기술 개발(8.4억 원, 5년간), 유산해석 국제기준 수립(1.5억 원, 2026년), 정기보고 이행계획 역량강화(0.6억 원, 3년간), 아시아 공유문화유산 지속가능발전 가치 확산(30억 원, 3년간) 등이 포함됐다.
외교부와 국가유산청은 이번 부산 선언이 세계유산협약의 발전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다. 특히 후속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세계유산 분야에서 국제적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당사국뿐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 현장 관리자, 공동체 간 협력을 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