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증 환자와 소아 중환자 진료를 많이 하는 상급종합병원이 더 많은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중환자실 부하지수'를 2026년 하반기 성과지표로 도입하고, 이에 따라 800억 원 규모의 보상을 차등 지급한다고 밝혔다.
중환자실은 보건의료 체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핵심 시설이다.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이 추가 배치되고 고도의 감시 장비와 생명 유지 장비를 활용해 집중 치료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2024년 말 기준 전국 중환자실 병상은 전체 급성기 병상의 4.1%에 불과한 희소 자원이지만, 중증·응급·희귀 질환으로 생명이 위독한 환자의 생존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국가 자산이다.
그동안 중환자실 보상 체계는 전담 전문의 유무나 간호 등급 등 인력과 시설 같은 구조 지표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병상 규모나 인력 기준이 같더라도 중증·고난도 환자 비율에 따라 실제 의료진의 업무 부담과 자원 소모량이 크게 달라짐에도 이를 보상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의 일반 입원실이 줄고 중환자실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응급환자 미수용의 주요 사유로 중환자실 부족이 계속 꼽히는 등 운영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제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2026년 1월) 논의를 거쳐 중환자실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성과지표를 도입하기로 했다. 새로 도입된 중환자실 부하지수는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진료량에 중증 환자 진료량과 18세 미만 소아 환자 비율을 가중치로 반영해 연간 중환자실 병상 수로 나눈 지표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 중증 환자와 소아 중환자 진료에 적극적인 병원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
중환자실 부하지수는 구체적으로 중환자실 입원 진료량과 중증 환자 진료량(인공호흡기·지속적 혈액투석·체외순환막형산화요법 등이 필요한 환자)을 합산한 '중증도 기반 중환자실 업무량 지수'에 소아 환자 비율을 반영해 산출된다. 이 지수가 높을수록 해당 병원의 중환자실 업무 부담이 크다는 의미이며, 정부는 이에 비례해 더 많은 보상금을 지급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코로나 대유행 등 보건의료 재난 상황을 겪으며 한정된 중환자실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2025년부터 대한중환자의학회에 위탁해 중환자실 관리체계 마련 사업을 시범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호주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상급종합병원 23개소와 종합병원 50개소가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점검 체계를 구축하고, 중환자실 인력·장비·병상 가동 현황 등을 매일 파악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중환자실 운영 성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중환자실 부하지수를 새롭게 산출했으며, 이를 성과 보상 체계와 직접 연계하기로 했다.
이번 보상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2차 연도 성과지원(약 8,000억 원) 중 중환자실 부하지수를 반영한 800억 원 규모로 시행된다. 지원금은 전체의 30%(240억 원)는 각 병원의 중환자실 부하지수에 비례해 배분되고, 나머지 70%(560억 원)는 부하지수 구간에 따라 부여된 평가 등급 가중치에 비례해 지급된다. 평가 등급은 부하지수 1.2 이상이면 A등급, 0.9 이상~1.2 미만은 B등급, 0.7 이상~0.9 미만은 C등급, 0.7 미만은 D등급으로 나뉘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큰 곳에 확실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이번 보상은 2026년 3~4분기 실적을 평가한 후 2027년 6월에 실제 지원금을 사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적용된다. 각 병원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기반으로 실적을 산출하므로 추가적인 자료 제출 부담은 최소화될 예정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과 함께 추진된 정보화전략계획을 바탕으로 전국 단위의 중환자실 모니터링 및 자원 관리를 위한 중환자실 진료정보시스템 구축을 2027년부터 추진한다. 2030년까지 상급종합병원부터 지역 거점 종합병원까지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확산하고 중환자실 자료를 중앙응급의료상황실 등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보건의료 재난 상황에서도 중환자실 입실이 필요한 환자가 지연 없이 적재적소로 이송되고 치료받을 수 있는 관리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이중규 공공의료정책관은 "중환자실 부하지수 도입은 가장 위중한 생명을 살려내는 의료진과 병원의 노력에 상응하는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가치 기반 보상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며 "앞으로도 중증·응급 환자의 최종 치료 성과에 대한 보상 비중을 더욱 높여가고, 상급종합병원이 의료전달체계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시범사업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중 참여를 원하는 병원을 대상으로 하며, 현재 73개소(상급종합병원 23개소·종합병원 50개소)가 참여하고 있다. 사업을 통해 중환자실 가용역량과 질적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지표를 도출하고, 데이터 분석과 현장평가를 통해 중환자실 수준을 분석해 분류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종별·권역별 중환자실 현황과 역량을 파악해 효율적 자원 배분과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은 2024년 10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47개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주요 내용은 적합질환진료 비중 70% 이상 달성, 전문적 의뢰·회송 기반 구축, 일반병상 5~15% 감축 및 중환자 병상 확충, 중증·응급·희귀질환에 집중할 수 있는 인력 운영,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 5대 분야 구조전환이다. 성과지원은 약 8,000억 원 규모로 2026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실적을 평가해 2027년 상반기에 지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