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도국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K-AI 패키지' 추진전략을 내놓았다. 기획재정부는 7월 20일 제271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유상 ODA 중심 K-AI 패키지 추진전략(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략은 개도국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글로벌 AI 기본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AI 공적개발원조(ODA) 우수사례를 창출하고 이를 글로벌로 확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AI가 접목된 인프라를 포함한 입체적 관점의 패키지를 구성해 개도국에 제공할 계획이다.
K-AI 패키지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AI 솔루션으로, 각종 인프라에 특화된 소형 AI 기술을 제공한다. 둘째는 AI 데이터센터로, 솔루션 운영을 뒷받침할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한다. 셋째는 옵션으로 제공되는 전력 공급시설이다. 이 패키지는 한국형 AI 시그니처 사업모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정부는 사업 메뉴를 미리 마련해 수원국이 자신의 필요에 맞게 선택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이를 통해 수원국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사업 효과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또한 경쟁력 있는 국내 AI 기술과 부품을 최대한 포함해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도 지원할 예정이다.
사업수요 발굴에는 다양한 채널이 활용된다. 먼저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을 통해 개도국 AI 전략에 대한 맞춤형 진단과 후속 투자사업 기획을 지원한다. 긴급자문 형태로 추진되며 일반 KSP보다 1년가량 조기 착수가 가능하다. 정부가 자체 발굴하는 전략기획형 사업과 민간 기업·기관이 제안하는 사업도 포함된다.
다자개발은행(MDB) 신탁기금도 적극 활용한다. 우리 신탁기금으로 수원국의 AI 도입 여건을 진단하고 수요조사를 실시한다. AI 기반 산업·공공서비스 혁신을 MDB 공동행사 주제로 선정해 우리의 AI ODA 추진 의지를 표명할 계획이다. 주요 행사로는 세계은행(WB) 글로벌 디지털 서밋, 한-아프리카 경제협력(KOAFEC) 장관회의, 한-미주개발은행(IDB) 무역혁신포럼 등이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EDCF 현지사무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지사무소는 수원국 사업실시기관과 재무부 등을 직접 면담해 AI 사업수요를 파악한다. 성사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민간 전문가와 함께 현지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후 정책협의를 진행한다.
K-AI 패키지의 핵심은 AI 솔루션이다. EDCF 인프라에 특화 접목돼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소형 AI가 기본 메뉴로 제공된다. 각종 센서 부착, 운영설비 자동화·전산화 등 인프라의 물리적 개선도 병행된다. 분야별로 실제 적용 가능한 솔루션이 마련됐으며, 수원국 현장 여건에 따라 조합도 가능하다.
수자원 분야에서는 AI 정수처리, 관망 통제, 누수탐지, 댐 수위 조절, 도시재난 관제 플랫폼, 해수 담수화 등이 제공된다. 보건 분야에서는 진단보조, 신약 개발, 의료정보시스템이 포함된다. 에너지 분야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운영관리, 지능형 디지털 발전소, 발전소 안전관리, 에너지 사용량 통합관리 등이다.
교통 분야는 스마트시티 교통 통합플랫폼, 지능형교통체계(ITS), 대중교통 운행 예측, 인프라 유지관리, 해양재난 대응시스템 등으로 구성된다. 농업 분야는 스마트팜 통합 제어, 농기계 운용 솔루션이 제공된다. 문화 분야는 문화재 복원, 디지털 콘텐츠 제작 솔루션이, 교육 분야는 AI 교육·훈련 솔루션, 머신러닝 교육, 인재양성 플랫폼, 실감형 직업교육 등이 포함된다.
AI 데이터센터는 AI 솔루션 운영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다. 구축 위치와 구성 형태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도록 하위 메뉴가 구성됐다. 위치 기준으로는 특정 인프라 용도로 한정하는 온프레미스형, 수원국 내 여러 기관이 공동 활용하는 수원국 허브형, 한국이나 권역 내 특정 국가에 구축해 여러 수원국이 공동 사용하는 해외 하이퍼스케일 허브형이 있다.
구성 형태로는 서버와 전력·냉각시설을 박스형 모듈로 구성해 수요에 따라 확장하는 모듈형과, 별도 공간을 건설해 설비를 집적하는 건물형이 있다. 연결망으로는 광케이블과 위성장비 등 유·무선 네트워크 구축이 포함된다. 운영기반으로는 데이터 수집·정제·표준화 소프트웨어와 지능형 운영·관제 플랫폼 등이 제공된다.
특히 시설 구축뿐만 아니라 국내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의 서비스 바우처(토큰) 제공도 검토된다.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국내에 대형 데이터센터를 건설·운영하고, 수원국이 바우처를 통해 일정 기간 사용하는 방식이다. 개발금융을 활용한 AI 데이터센터의 대형화 방안도 함께 검토된다.
전력 공급시설은 옵션으로 제공된다. 수원국의 전력 여건을 고려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조합이 포함된다. 스마트그리드와 기존 전력망 연결로 상업성 논란이 우려될 경우 개발금융 지원 방안도 검토된다. 장기적으로는 소형모듈원전(SMR) 구축도 중장기 옵션으로 검토된다.
K-AI 패키지의 확산 기반도 함께 조성된다. 수원국의 AI 관련 법·제도·표준 설계에 참여해 우리 기업과 기술 진출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든다. 예를 들어 수원국 AI 전략에 우리 데이터센터 규격을 적용하고, AI 데이터 보안표준 수립 시 우리 보안 솔루션이 규격으로 반영되도록 추진한다. 선진국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국제표준화 논의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수원국의 역량 강화도 중요하다. 유·무상 ODA와 MDB 기술지원을 연계해 맞춤형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개도국 공무원과 청년을 대상으로 국내 공동워크숍과 학위과정을 운영하고, 현지 인력이 AI 솔루션과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기관 설립과 기자재 보급도 지원한다.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글로벌 AI 허브' 설립도 추진된다. 주요 국제기구와 MDB의 AI 기능을 집적해 개도국의 AI 전환을 지원하는 다자협력 거점으로 활용한다. 세계은행은 이미 지난해 12월 AI 협력센터를 국내에 개소했으며, 아시아개발은행(ADB), 미주개발은행(ID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의 AI 협력센터도 국내 설립을 준비 중이다. 이들 센터는 향후 글로벌 AI 허브 캠퍼스에 입주할 예정이다.
향후 계획을 보면, 정부는 2026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사업수요 발굴에 나선다. EDCF 현지사무소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업수요를 파악하고, KSP 긴급자문은 AI 분야를 우선 추진한다. 전략기획형 사업 기획을 위한 국가별 심층진단도 검토된다. 민간제안사업은 공모를 거쳐 올해 하반기에 접수할 예정이다.
사업 메뉴에 대한 수원국 협의도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된다. EDCF 중심의 K-AI 패키지 메뉴를 수원국과 MDB에 제안해 구체적인 사업화를 추진한다. 장관급 면담, MDB 연례협의, EDCF 정책협의 등에서 개별 사업을 논의하고, 협조융자와 혼합금융 등 재원조달 방안도 함께 협의한다.
이미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 중인 사업도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메디컬 클러스터에는 AI 암 진단과 AI 병원정보시스템 구축이, 몽골 제2국립 암센터에도 같은 내용이 적용될 예정이다. 탄자니아의 AI 교육기관 사업은 AI 랩 설치와 교육기자재 공급이 차질 없이 추진된다.
AI 기술 홍보와 확산도 강화된다. 올해 4분기부터 수원국 공무원 대상 워크숍과 교육과정에 우리 AI 신기술을 적극 적용하고, 내년 하반기부터는 우리 기업 대상 설명회를 통해 수원국의 AI 사업정보를 제공한다. 기업의 사업 참여를 지원하는 컨설팅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번 전략은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AI 융합 국제개발자문위원회'의 논의를 바탕으로 마련됐다. 정부는 K-AI 패키지를 통해 우리 AI 기업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고, 개도국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