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청장 임승관)과 국립보건연구원(원장 남재환)이 국내 신규 항생제 개발을 앞당기기 위한 기술지원체계 구축에 첫발을 내디뎠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신규 항생제 개발 촉진을 위한 분산 인프라 연계형 기술지원단 운영모델 기획’ 연구를 시작하고, 7월 20일 전문가 킥오프 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연구는 삼성 故이건희 회장 유족의 기부금으로 조성된 ‘감염병 극복 연구역량 강화 사업’의 일환이다. 국내에 흩어져 있는 연구 인프라와 전문 역량을 하나로 연결해 항생제 개발 전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균(AMR) 위협이 커지면서 신규 항생제의 필요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수한 후보물질을 발굴하고도 효능 평가, 약물이 체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분석하는 약동·약력학, 독성 평가, 제조 공정 등 여러 전문 분야를 소규모 연구그룹이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워 개발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 연구기관, 대학, 전문 시험기관, 산업계에 분산된 연구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단계별로 전문가 자문을 제공하는 기술지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질병관리청의 판단이다. 이번 기획 연구에서는 기술지원단의 효율적인 운영모델을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연구는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대표 한승훈)가 6개월간 수행한다. 국내외 지원체계 사례를 분석하고, 신규 항생제 후보물질 보유 현황과 상용화 과정에서 막히는 단계를 확인하는 수요 조사를 진행한다. 또한 지원 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예정이다.
특히 발굴된 항균 물질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해 상용화 가능성을 평가하고 방향을 제시할 전문가 자문 그룹, 전임상 분석과 유효성 검증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하는 데 방점을 둔다.
킥오프 회의에서는 항생제 개발 전문가들이 함께 국내 항생제 개발 지원체계 구축 방향과 기술지원단의 역할을 논의한다. 후보물질 발굴 이후 비임상 및 임상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기술적 어려움을 공유하고, 국내 신규 항생제 개발 연구를 지원할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계획이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이번 기획을 바탕으로 단계별 추진 계획을 세웠다. 2026년에는 기획연구를 통해 운영모델을 확립하고 기반을 구축한다. 2027년부터 2028년까지는 시범운영을 통해 실제 기술지원 사례를 축적하고 모델을 검증·보완한다. 2029년부터 2031년까지는 본격 운영 단계로 들어가 국가 항생제 개발 기술지원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는 목표다.
기술지원단이 필요한 이유는 항생제 내성균 확산으로 신규 항생제 개발 중요성이 커졌지만,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전문 기술과 연구 인프라를 제때 활용하지 못해 개발이 중단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항생제 개발에는 감염동물모델, 약동·약력학, 항균 효능 평가 등 특화된 연구 기술과 인프라가 필요하지만, 시장성이 낮아 민간에서 인프라를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가가 주도해 전문 역량을 연계·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질병관리청의 설명이다.
기존 연구개발(R&D) 지원사업과의 차이점은, 기존 사업이 개발 단계에서 필요한 연구비를 지원하는 단편적 방식이었다면, 기술지원단은 개발 과정에 필요한 전문가와 연구 인프라를 직접 연결해 기술적 병목을 해결하는 실행형 지원이라는 점이다.
기술지원단은 후보물질의 특성과 개발 단계에 따라 필요한 전문가와 연구 인프라를 연결해 맞춤형 기술지원을 제공한다. 지원 범위는 후보물질 최적화부터 비임상 효능 평가, 약동·약력학, 독성 평가, 제조 등 전임상 개발 전 과정을 포함하며, 단순 기술 자문에서 실제 개발 지원까지 이뤄진다.
2026년 기획연구에서는 국내 항생제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병목과 연구 현장의 수요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기술지원단의 역할과 운영 범위를 설계한다. 또한 전문가와 연구 인프라를 발굴해 연계 체계를 마련하고, 지원 기능, 운영 절차, 비용 체계 등을 포함한 실행 가능한 운영모델을 제시할 예정이다.
시범운영 단계에서는 설계된 운영모델에 따라 기술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전문가 자문과 연구 인프라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지원 대상 선정과 절차의 적절성, 지원 범위, 운영 효율성 등을 검증하고 현장 의견을 반영해 모델을 개선할 계획이다.
본운영 단계에서는 기술지원단을 중심으로 항생제 개발 전 과정을 지원하는 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연구자와 기업이 필요한 전문 기술과 연구 인프라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국가 차원의 지속 가능한 항생제 개발 지원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남재환 국립보건연구원장은 “국내 연구자들이 우수한 항균 물질을 발굴하고도 상용화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를 계기로 실효성 있는 기술지원체계를 도출해 연구 성과들이 실제 신규 항생제 개발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항생제 내성은 치명적인 국가 보건 안보 위기 중 하나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규 치료제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며 “국내 우수 연구 성과가 신규 항생제 개발로 이어지도록 국가 차원의 기술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지원단이 성공적으로 구축되면 연구자와 기업이 항생제 개발 과정에서 겪는 기술적 병목을 줄이고, 국내 분산 연구 역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궁극적으로 유망 후보물질의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국가 항생제 연구개발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