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기후대응위)가 지난 4월 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처음으로 '기후예산' 점검에 나섰다. 기후대응위는 2026년 제3차 전체회의(서면)를 열고 '2027년 기후예산(안) 검토 결과'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점검은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과 기후위기 적응을 위한 재정투자 효과성에 중점을 두었다. 기존의 재정사업평가가 지출구조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이번 평가는 기후 대응이라는 특수한 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살펴본 점이 특징이다.
기후대응위는 공식 출범(2026년 5월 29일)을 앞둔 과도기적 상황과 재정당국의 예산 심의 일정을 고려해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민간 점검단을 운영했다. 점검단은 성과관리·환경정책·공공투자·해양플랜트·폐기물·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 등 분야별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신규 추진 4개 사업, 증액 필요 17개 사업, 조정 필요 3개 사업 등 총 24개 사업을 발굴했다.
신규 추진 사업은 제1차 국가기본계획에 포함됐으나 그동안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던 4개 분야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의 저탄소 설비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탄소차액계약 지원'과 기후변화 시나리오 기반의 기후위험 지도를 만드는 '기후위험 공간정보 구축'이 포함됐다. 또한 산림분야 NDC 달성을 위해 '산림탄소흡수원 증진'과 '국산 목재 탄소중립 달성 지원'도 신규 사업에 포함됐다. 탄소차액계약은 정부가 일정 가격 이상의 탄소 배출권 가격을 보장해 기업의 저탄소 투자 리스크를 줄여주는 제도다.
증액이 필요한 17개 계속 사업은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기후위기 적응 및 공정전환 이행 기반 강화, 제도적 인프라 보강 등의 목적에 따라 선정됐다. 주요 사업으로는 햇빛마을 소득 지원과 지역 재생에너지 보급 촉진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AI분산전력망 산업육성', '폐갱도를 활용한 이산화탄소 육상저장 기술 개발(CCS)' 등이 있다. 또한 폭염 등으로 작업이 불가능할 때 취약계층의 손실을 보전하는 '기후보험'도 증액 대상에 포함됐다.
기후대응위는 화석연료 사용의 고착화 등 그린워싱(Green Washing, 위장 환경주의) 우려가 있는 3개 사업에 대해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에서 제외하도록 각 소관 부처에 권고했다.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도는 정부 예산이 온실가스 감축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는 제도다. 제외 대상은 노후 차량을 경유차로 교체하는 '우편차량 지원', 오일샌드 같은 화석연료를 추출하는 '비전통오일 생산플랜트건설 핵심기술개발', 과도기적 기술인 하이브리드 선박을 지원하는 '친환경 선박 보급 촉진' 등이다. 이는 이들 사업이 온실가스 감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후대응위는 재정당국과 협의해 향후 기후예산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기후재정 점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보다 효과적이고 내실 있는 기후예산 점검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번 점검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정 투자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기후예산의 효과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적응을 위한 재정사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