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이 2026년 하반기에 신종 감염병 대응부터 백신 자급화, 기후 변화 대비까지 아우르는 7대 핵심 추진 과제를 내놓았다. 임승관 청장은 7월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진행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먼저 상반기 주요 성과를 점검했다. 지난 6월에는 감염병 위기 유형별 맞춤형 대응체계를 담은 '감염병 위기관리체계 고도화 방안'을 수립·발표했다. 에볼라 등 해외 감염병 확산 위기 속에서도 지난 5월 즉시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대책반을 구성해 국내 유입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
국가예방접종 분야에서는 국민 체감도를 높이는 정책이 주목받았다. HPV(인유두종바이러스) 국가예방접종 대상을 기존 12~17세 여성청소년에서 12세 남성청소년까지 확대한 결과, 시행 두 달 만인 6월 30일 기준 남성청소년 접종률이 14.6%를 기록했다. 이는 4개월 먼저 시작한 12세 여성청소년 접종률(14.1%)을 앞지른 수치로, 형평성과 실질적 참여를 동시에 이끌어낸 사례로 평가된다.
희귀질환자 지원도 한층 두터워졌다. 저단백 즉석밥 등 특수식이 필요한 28개 이상 희귀질환자를 위해 생산업체(CJ제일제당)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협력, 안정적인 구매지원체계를 구축했다. 기존에는 개당 최대 1만3000원에 달하던 비용과 물량 부족으로 공급이 불안정했지만, 민·관 업무협약을 통해 개당 1700원으로 가격을 낮추고 생산 물량을 안정화했다.
하반기 핵심 추진 과제는 7개 분야로 나뉜다. 첫째, 신종감염병 위기대응체계를 고도화한다. 국외 감염병 발생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국내 의심 사례 신고 시 질병청 본청·권역질병대응센터·지자체가 24시간 체계로 즉시 대응한다. 신변종·원인불명 감염병에 대비해 호흡기·출혈열·발진·설사·신경 등 5대 증후군을 한 번에 확인하는 동시 검사법을 12월까지 완료한다. 분산된 감염병 병상 관리주체를 질병청으로 통합하고, 중앙-권역-지역-동네 층위별 감염병관리기관을 재지정한다. '감염병 위기 사회대응 매뉴얼'을 8월에 제정하고,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정례포럼도 운영한다. 아·태 지역 협력을 위해 12월 '한·중·일 감염병 예방관리 포럼'도 개최한다.
둘째, 감염병 백신·치료제 자급화에 속도를 낸다. 지난해 12월 임상 1상에 착수한 코로나19 mRNA 백신은 8월부터 임상2상에 들어간다. 한국형 AI 기반 백신개발엔진(K-AI PPX) 구축을 시작해 CEPI(감염병혁신연합) 글로벌 백신 개발 플랫폼과 연계할 기반을 마련한다. 이 시스템이 완료되면 통상 수년 걸리던 백신 개발 기간이 팬데믹 시 100~200일 이내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 주도로 감염병 임상연구·분석 및 데이터를 총괄하는 '감염병임상연구·분석센터'(가칭) 설립도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한다.
셋째, 상시 감염병 예방·관리를 강화한다. 2030년 말라리아 퇴치를 목표로 위험지역 감시를 강화하고, 환자 조기 발견 및 완치 지원 사업을 본격 실시한다. 매개모기 집중 감시와 방제도 병행한다. 상반기 300개에서 800개로 확대된 표본감시기관을 기반으로 시도별 감시 통계를 산출, 호흡기 감염병 조기 인지·대응 체계를 강화한다. 카바페넴항생제내성균(CRE) 증가세를 줄이기 위한 위험요인 기반 맞춤형 중재 사업 모형을 개발하고, 지방·중소병원 대상 시나리오 기반 모의훈련과 컨설팅을 지원한다.
넷째, 국가예방접종 체계를 고도화한다. 품목허가부터 국가예방접종 도입까지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고, 하반기에는 개선된 체계에 따라 도입 후보군을 도출한다. 효과성이 확인된 HPV 9가 백신, 고령층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 고령층 폐렴구균 단백결합백신 등은 우선 검토 대상으로, 관련 부처와 협의해 단계적 도입을 추진한다. 상반기 감사원의 코로나19 대응 감사 결과 발표 이후 백신 품질 관리 이슈가 부각됨에 따라, 식약처 등과 협력해 9월까지 '백신 품질관리 및 안전접종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품질 이상 신고 절차 개선, 신속 정보공유 시스템 구축, 의료기관 자발적 신고 외에 능동감시 도입을 통해 이상반응을 조기에 인지하는 체계도 갖춘다.
다섯째, 비감염성 질병에 대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관리를 강화한다. 희귀질환 전문기관이 없는 2개 시도에 권역별 희귀질환 전문기관을 추가 지정(2027년, 19→21개소)해 진료 접근성을 높인다.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 시 부양의무자 소득·재산 기준은 2027년 간병비·인공호흡기 지원 대상 질환과 극희귀 질환부터 우선 폐지하고, 2028년까지 전체 희귀질환으로 확대해 경제적 부담을 완화한다.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는 '만성질환통합관리센터'(가칭)로 개편해 지원 대상을 현 30세 이상 성인에서 전 연령으로 전환하고, 의료취약지를 고려해 운영 개소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노쇠 예방을 위한 시군구 단위 실태조사와 한국형 노쇠예방 표준사업 모형을 개발하고, 소아비만 지역맞춤형 중재 프로그램 개발, 소아청소년 1형 당뇨 레지스트리 구축 등 생애주기별 지원도 강화한다.
여섯째, AI와 데이터 기반 미래 질병관리로 전환한다. 국내외 우수사례를 분석하고 핵심 선도과제를 발굴해 '질병관리 AX 중장기전략'을 수립한다. AI를 활용한 4종의 질병관리 서비스를 도입한다. 지역사회건강조사 참여자(연 23만 명) 대상 맞춤형 건강습관 리포트 제공, 해외 감염병 정보 자동 수집·다중언어 검역조사 지원, 역학조사·위험평가 고도화 및 감염병 특화 AI 챗봇, 허위정보 실시간 탐지 체계를 도입한다. 데이터 인프라 측면에서는 수두 등 5종 감염병-예방접종 연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데이터 연계·표준화를 지원하는 '질병데이터ON' 플랫폼 구축을 이어간다.
일곱째, 미래 건강위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폭염 등 이상기후에 대비해 열사병 등 5종의 온열질환 표준진료지침을 마련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국민 건강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제2차 기후보건영향평가'를 실시한다. 노인 낙상 등 생애주기별 손상예방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환자 피폭선량 저감을 위해 국가선량 관리시스템을 내실화하며, 의료방사선 관련 소아·임산부 안전관리 지침도 개발한다.
이 밖에도 지역완결형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우수 감염병병원체 확인기관을 수도권 9개소에서 전국 15개소로 확대, '국가첨단백신개발센터' 준공, '국립심뇌혈관센터'와 '국립건강노화연구소' 설립 추진 등 지역 특화 연구 기반 확충도 계속된다. 비영리법인 회계 투명성 강화, 잠복결핵감염자 취업 불이익 해소를 위한 법 개정 등 국가정상화 과제도 병행 추진한다.
임승관 청장은 "에볼라 등 국외 감염병 위협 속에서도 신속한 대응 체계로 국민의 안전을 지켜왔다"며 "남은 하반기에도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질병관리청이라는 책임감을 무겁게 갖고 위기대응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백신·치료제 국산화 역량을 계속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귀중히 여기는 생명존중 복지국가를 완성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